제1회 청계천가요제 상반기예선 이모저모

지난 10일(토) 오후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열린 '2008 제1회 청계천가요제' 상반기예선은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허공에 쏘아올린 하나의 음악선물세트였다. 청계천 나들이 나온 가족들, 동대문 의류상가에 쇼핑하러 온 사람, 서울 관광 와서 청계천을 거닐던 외국인, 휴가 나온 군인 등 수만 명에게 생동감 있고 유쾌한 선율을 선사한 것이다. 다음은 행사 이모저모.
0...청계천이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곳이다 보니 경연팀들은 선곡에 적지않게 고심했다고. 고려대 밴드 ‘1905’의 송수진 씨는 “청계천에서 어떤 노래를 불러야 호응이 있을지 팀원들끼리 ‘결투’를 했을 정도”라며 즐거운 고민을 했다고 귀띔. 고민 끝에 고른 '1905'의 곡은 관객들에겐 낯설었지만 이들의 풋풋하면서도 독창성 있는 무대 매너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몸을 흔들었다.
서강대 밴드 '킨젝스33기'도 함께 즐길 연배가 아닌 부모뻘의 관객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놀 준비 됐느냐’며 열창을 하여 호응을 이끌어냈다.

막춤인듯 하면서도 세련된 율동과 빼어난 코러스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김경화 한순엽 주부듀엣은 "청소년들도 적지 않은 곳에서 '밤에 피는 장미' 같은 곡을 부르려니 조금 민망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노소 할 것 없이 반응이 좋아 기뻤다"고 소감을 피력.
어디서 구한 박스를 깔고 앉은채 박수부대처럼 열광해준 백창준(47), 조정순(47)씨 부부는 "때때로 소화하기 어려운 음악도 있지만 생생한 공연이다 보니 그냥 듣기에도 너무 즐겁다"며 3인조 밴드 'Catch the Bullet'의 창작곡 '평범한 신비주의자'의 강한 비트에 몸을 맡겼다.
2살, 8살 두 딸과 함께 포근한 햇살을 즐기던 조태용(32) 씨 가족은 이날 청계천가요제의 '열혈 관객'. 조 씨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막상 시간 내서 라이브음악을 들으러 가기는 쉽지 않은데 시민들의 나들이 공간에서 이렇게 좋은 공연을 해주니 뜻밖의 선물이다"며 이같은 공연을 보러 청계천을 또 찾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0...이날 관람자 중에는 인도인 일본인 영국인 중국인 미국인 등 외국인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띠어 청계천가요제가 글로벌 가요제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고 공동주최측인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전언. 방글라데시인 히멜(29) 씨 가족은 동대문 패션가도 보고 청계천도 둘러볼 겸 오간수교 쪽으로 왔다가 음악에 발길이 붙들린 케이스. 그 가족중 한 명인 미무(22) 씨는 "낯선 음악들이 많지만 화창한 봄 햇살 속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이라 기분을 좋게 한다"며 가요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0...공연팀 중에는 '목소리의 마술사'라 할만치 '남녀 듀엣' 목소리를 낸 시누이 올케 듀엣의 이색적인 코러스가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 남자목소리의 주인공인 올케언니 김정옥 씨는 '소프라 테너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이미 모 방송국의 '스타킹'이란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목소리의 달인. 의상도 특이했는데 김정옥 씨는 남장하느라 남편 넥타이를, 한희순 씨는 청춘시절을 떠올리며 신혼여행 때 입었던 예쁜 투피스를 꺼내 입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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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사이가 천생연분이라는 이들은 "나이가 많아서 걱정을 했는데 젊은 참가자들이 오히려 더 좋아해줘서 세대차를 못느끼고 즐거웠다"며 "이렇게 경연팀 관중 모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는 무대는 흔치 않은 만큼 다양성을 잘 살려나가는 가요제로 자리잡기 바란다"고 주문.
0...참가번호 14번 박현아 씨는 노래 중간에 마이크를 떨어뜨리고 노래가 끊기는 등 눈에 띠는 실수를 했음에도 본선진출팀으로 선발돼 눈길을 끈 케이스. 심사위원들이 "풍부한 성량의 가창력이 아까워 실수를 애교로 봐주기로 하자"며 운영의 묘를 살렸다는 후문.
개인 인터뷰를 해본 결과 그녀는 '노래방에 죽고 사는 사람들의 모임', 즉 '놀방파' 회원. 그녀가 들려준 놀방파는 가히 '뮤직 신세계'. 전국에 걸쳐 지역별로 지부가 있고, 매달 지부별로 5~10회 이상의 노래방 회동을 가지며, 한 번 시작된 노래방 회동은 대개 5~6시간은 기본으로 진행된다는 것. 어두운 노래방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밝고 확 트인 개천에서 용트림 한 셈.

0...청계천가요제의 진행자는 체력부터 튼실한 사람이라야 제격이겠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기도. 더 없이 좋은 계절이라지만 한낮엔 햇볕이 제법 강해서 장시간 행사진행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개그맨 김재욱 씨가 5시간에 걸쳐 지친 기색 없이 강한 에너지로 익살스런 언행을 하자 이같은 말이 나왔던 것.
김 씨는 이번 청계천가요제를 한 마디로 '선진국형 공연문화'로 표현. 자유로운 표현의 한 양식인 길거리 공연 같은 놀이문화가 사회 곳곳에서 피어날 때 사회가 보다 순화되고 온정도 피어나는 것 아니겠냐며 청계천가요제의 의미 있는 시도에 공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