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하는 촛불 "民心은 千心"

분화하는 촛불 "民心은 千心"

박재범 기자
2008.06.20 16:11

정부, 다양한 목소리에 맞춤형 해법 제시해야

촛불이 변신하고 있다. '쇠고기 재협상'으로 뭉쳤던 촛불이 분화하며 다양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각계 각층의 불만과 요구라는 점에서 성격이 모두 다르다. 생계형 절규가 있는 반면 집단 이기주의, 정치적 제스처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는 건강이라는 전국민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였다. 이에 반해 화물연대 파업은 생계형이다.

고물가 고유가 등에 지친 서민들의 목소리도 생계 문제를 풀어달라는 호소다. 반면 촛불집회에서 간혹 흘러나오는 '공기업 민영화 반대'는 집단 이기주의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전기와 수도를 민영화할 경우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이 엄청나게 뛸 것이란 '괴담'으로 민영화는 국민적 이슈로 전이되는가 했다.

그러나 당초 정부가 전기와 수도 등에 대해선 아예 민영화할 생각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 '괴담'조차 집단 이기주의에서 파생된 것일 수 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더 나아가 정치형에 속한다.

서로 성격이 다른 이 모든 요구들이 '민심'이란 이름으로 '촛불' 속에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민심'으로 포장된 각기 다른 요구에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외침'에만 신경 쓸 경우 잘못된 대응을 불러올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쇠고기 협상 파동이다.

국민들은 '건강' 문제를 제기했는데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이들의 저항으로 해석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초기 대응 때 쇠고기 수입 반대는 FTA 반대파들이 주도한다고 오판했다"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부와 정치권이 예단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반면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 절실한 생계형 요구란 점을 파악해 효과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화물연대의 요구가 생계문제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운임료 인상 등 현실적 대안 마련에 주력했다.

이 두 사례는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이슈들에 대해 정부가 본질을 파악해 사안별로 맞춤형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국민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선 그야말로 순수한 민심으로 받아들여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생계형에 대해서도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집단 이기주의에 근거한 불만이나 반대에 대해선 정부측 명분을 적극 설명하고 설득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집단 이기주의 목소리를 생계형으로 오인할 경우 개혁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전직 한 관료는 "여론을 듣는 것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따를 경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될 수도 있다"며 "국민 전체의 이익,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해야할 정책이라면 필요성와 추진 방식 등을 국민들에게 알리며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슈의 성격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해법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부 출범 후 의욕적으로 일만 하다보니 사안별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지금 그런 노력을 하고 있고 국정 과제 로드맵 등을 정부 차원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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