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스템LSI 중국시장을 주목하자

[기고]시스템LSI 중국시장을 주목하자

서민호 텔레칩스 사장
2008.07.09 08:40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들을 살펴보자. 곡물과 가구, 의류 등 대부분 상품이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 그 가격이 오르는데 반해 각종 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컴퓨터와 TV, 휴대단말기 등 IT제품 가격은 오히려 떨어진다.

이렇듯 IT제품 가치 하락은 스스로 만든 기술이나 제품을 다시 스스로 사용 또는 내장하는 컴퓨터의 자기 복제와 재생산의 속성에 비춰보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심지어 2년마다 메모리반도체 용량이 2배로 증가해도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무어의 법칙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IT산업이 안고 있는 기술혁신과 가격 간 역설로 인해 끊임없이 신제품과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반도체 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원인이다. 더욱이 반도체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은 자체 공장과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우수한 영업망을 갖춘 종합반도체회사(IDM)에 비해 가격적 측면에서 항상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 핸디캡마저 안고 있다.

따라서 팹리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표준 선점이나 핵심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를 통해 특정 분야에 기술진입장벽을 구축하거나 종합반도체회사에 비해 열세인 생산부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와의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등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팹리스 산업이 처한 환경을 살펴보면 전자는 우리 보다 수십 년 앞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이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태이고 후자도 파운드리 회사로부터 분사해 설립돼 '가상의 종합반도체기업'(버추얼IDM)으로도 불리는 분업체계를 구축한 대만의 팹리스 기업에 비해 한참 뒤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팹리스 기업이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 생존하고 나아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이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 IT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자리 잡았으며, 폭스콘과 플렉트로닉스 등 글로벌 전자제조서비스(EMS) 및 제조자설계생산(ODM) 업체들이 수많은 IT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이팟 등 유명 IT브랜드 가운데 상당수가 이러한 중국 내에 위치한 EMS 및 ODM 업체들을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대만 팹리스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 한 배경에는 바로 중국 공장으로의 성공적인 제품 적용이 있다.

이와 함께 우리가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에 더욱더 힘써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는 중국 위안화 비즈니스의 성장에 있다. 그동안 경제성장으로 중국의 경제력과 중국인의 구매력은 계속 향상돼왔고 최근 국제 환율시장에서의 중국 위안화 절상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중국 업체가 내수시장용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추세다.

이렇듯 우리 팹리스 기업이 국내 대기업 중심 비즈니스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국 현지의 EMS 및 ODM 업체는 물론 중국 내수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일지도 모른다.

마잉주 정권의 탄생으로 중국과 대만 간 경제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제는 융복합화(컨버전스)를 넘어 점차 컴퓨터화 되고 있는 각종 IT제품의 변화는 이미 전 세계 PC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대만 기업들에게 훨씬 더 유리한 게임이 될 공산이 큰 것이다.

수년간 중국을 수없이 방문하면서 중국인들로부터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시'(時)라는 표현이다. 이때의 시는 고정된 어떤 '시점'(Time)이라기보다 변화하는 시간에 '적절한'(timely)이란 뜻에 가깝다. 만약 우리 팹리스 업계가 도약을 위해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기'(Timing)가 다가오고 있다면 그 시기가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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