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확산, '롤러코스터'장세...에너지 금융주 약세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사상 초유의 구제법안 승인을 둘러싸고 미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주식시장도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갈 지(之) 걸음을 보이며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161.52포인트(1.47%) 떨어진 1만0854.17로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18.87포인트(1.56%) 하락한 1188.22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 지수 역시 25.65포인트(1.18%) 내려선 2153.33을 기록했다.
전날 3~4%대 폭락한 미증시는 장 초반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며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7000억달러 구제법안 승인 여부를 두고 상원금융위원회를 무대로 정부와 의회가 격론을 벌이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으나 결국 장 종료 직전 3대 지수가 일제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구제법안 승인이 지연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승인이 이뤄지더라도 금융시장 위기를 진정시키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면서 금융주가 약세를 주도했다.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등 대형 기술주가 시장을 지탱하고 반발매수세가 유입됐지만 강세권으로 반등 마감하는데는 실패했다.
유가하락과 상품시장 조정으로 에너지 및 원자재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
◇ '만병통치약'은 없다..금융주 약세
구제법안 승인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금융주의 주가를 급등락시켰다.
구제법안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아 은행들 수익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날 오펜하이머의 메리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씨티그룹을 비롯한 메이저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을 하향조정했다. 미국 집값이 추가로 25%나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BOA는 주당 75센트에서 40센트 이익을 낮췄고, JP모간은 40센트에서 21센트로 내렸다. 와코비아는 15센트 손실에서 31센트 손실로 조정됐고, 웰스파고는 17센트에서 13센트 이익으로 조정됐다.
씨티그룹은 0.1% 약세권에 머물렀다.
매각관련 갖가지 관측이 제기된 워싱턴 뮤추얼은 3.1% 하락했다.
뱅크오브 아메리카(BOA)는 2.5% 떨어졌다. JP모간체이스가 한때 상승세를 보였지만 역시 장마감을 앞두고 약보합권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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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빅2'인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각각 3.54%, 3.36% 상승, 금융주 낙폭을 줄였다. AIG도 자산매각 기대로 5.93% 반등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주택건설업체 레나는 손실 지속으로 인한 실망감으로 7.7% 떨어지며 주택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더했다.
피치가 투자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떨어뜨린 GM은 8.6% 급락했다. 실적 전망이 밝지않다고 밝힌 GE는 4.9% 하락하며 다우지수를 압박했다. 반면 대규모 자사주 매입계획을 밝힌 마이크로소프트가 0.1% 상승세를 유지했고, 인텔 역시 0.7% 오르면서 기술주를 지탱했다.
◇ "빨리 통과시켜 달라" VS "보완할 것 많다"
이날 700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정부개입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구제법안 승인을 놓고 미 정부와 의회가 격론을 벌였다.
조지 W.부시 미 대통령,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은 이날 일제히 구제법안이 조속히 승인되지 않을 경우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의회를 압박했다.
특히 버냉키 의장은 금융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 경기는 '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이라며 좀체 입에 올리지 않는 '침체'단어까지 동원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의회 지도자들은 구제조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법안의 세부내용과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보완 조치를 요구했다.
크리스토퍼 도드 금융위원장은 "구제법안은 범위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도 전례가 없고 놀라운 것"이라며 재무부의 구제법안의 '엉성함'을 지적했다.
와이오밍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마이크 엔지는 구제법안이 납세자 1인당 2300달러의 부담을 지우게 된다며 이같은 방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의원으로서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인디애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에반 베이는 "구제법안 내용은 너무 중대하기 때문에 금주중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연기하고 제대로 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가 하락, 에너지주 약세..달러화는 소폭 반등
전날 사상 최대폭으로 폭등했던 국제유가가 5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에너지 및 상품 관련주도 동반 하락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프리포트 맥모란이 3.9%, 셰브론이 2.1% 떨어졌다.
그러나 유가하락으로 인한 항공 운송업종 수혜기대를 반영, 아멕스 항공업종 지수는 1%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2.76달러(2.5%) 떨어진 106.61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16% 폭등으로 발생한 단기차익을 현실화하려는 매도세력들이 하락을 주도했다. 달러화가 급락세에서 벗어나 소폭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유가 조정 심리에 일조했다.
시장관계자들은 글로벌 공급 감소와, 달러 약세, 7000억달러에 달하는 미 구제금융의 후유증으로 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통화대비 급락세를 보여온 달러화도 5일만에 반등했다.
23일(현지시간) 오후 2시 50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70센트(0.47%) 하락(달러 가치 상승)한 1.4707달러를 기록했다.
유로대비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던 전날의 낙폭이 지나쳤다는 인식이 트레이더들로 하여금 매수주문을 내놓게 만들었다.
10월 인도분 선물 만기일이던 전날 사상 최대폭으로 뛰어올랐던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이 반락한 점도 단기자금이 달러로 이동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이 집행될 경우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