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유없는 자살, 방화, 살인

[기고]이유없는 자살, 방화, 살인

김종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교수
2008.10.21 09:03

고시원, 지하철, 국보 1호 숭례문, 2008년 한 해에만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들과 대상에 일어난 방화 사건들이다. 분노조절이 잘 안되어 신체 증상으로 발전되어 나타나는 화병인 경우에는 치료를 통해 해결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바뀌게 된다면 우울증과 성격장애에 대한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이들 대부분 사회 소외계층인 점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같은 행동이 개인의 일탈행위로 정도로 치부된다면 우리는 매해마다 뚜렷한 이유없는 자살과 방화, 살인사건 속에서 불안에 떨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 단계를 거치며 양극화 문제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만족감이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으며, 자신이 속하길 원하는 공동체에 포함되지 않고 소외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를 가지게 된다. 이런 적개심과 분노가 우울증과 겹친 경우 자살과 같은 행동으로 나타나고, 성격 장애와 겹치게 되면 방화나 살인 같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억울함은 어느 정도까지는 스스로 통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고, 지속되거나, 어떤 커다란 사건과 만나게 되면 이것은 증상이나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증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경우가 화병이고,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분노 표출, 그리고 이와 동반된 분노 행동이다.

우울증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증상은 의욕저하, 무기력감, 의미 상실 등인데, 이런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억울함과 분함이 결합되면, 그 억울함과 분함의 표현 양태가 자기로 향해 자살행동 등을 선택하게 된다.

성격장애(인격장애)는 성격이 주위의 사회 환경과 협조 또는 적응이 안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억울함과 분노가 겹치게 되면 반사회적 행동으로 외부적 표현을 하게 된다. 이러한 외부적 표현 가운데 극단적인 것이 방화와 살인이다.

분노조절에 대한 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분노조절이 안 되어 행동으로 바뀌게 된다면 우울증과 함께 성격장애 대한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이런 장애가 살인, 방화와 같은 극단적 행동으로 바뀌게되는 것은 사회적 불안정성과 관련이 있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학력에서의 양극화 등은 점차 이들로 하여금 주류 사회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그 주류사회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소외감은 어떤 스트레스 사건이 계기가 되어 행동 양태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즉, 사회로 부터 소외받거나, 자신이 그 사회로부터 밀려서 떨어져 가는 느낌이 들면 그것을 붙잡기 위한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의학적 관점과 함께 사회병리적 측면도 해결돼야 할 점이다. 그들이 대부분 사회 소외계층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사람의 일탈행위로 치부되기 보다는 소외 계층의 공동체 참여 프로그램이나 계층 간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 미국정신과학회가 제시한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항목(9가지 중 5가지 이상의 증세가 있으면 의심)

- 실제적이나 가상적으로 자신이 버림받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필사적 노력과 신경

- 상대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극단적인 행동이 반복되며, 불안정하고 강렬한 대인관계 양상을 보인다.

-정체감의 혼란으로 현저하고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자아상을 갖는다.

- 과소비, 낭비, 성관계, 난폭한 운전, 폭식 등 자신에게 손상을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충동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반복적인 자살 행동이나 자살 위협, 자해 행동을 보인다.

- 현저한 기분의 변화에 따른 감정의 불안정성

- 만성적 공허감

- 부적절하고 심한 분노 또는 분노의 억제가 힘들어 자주 울화통을 터뜨리고, 싸움을 자주함.

- 일시적인 스트레스와 관련된 망상적 사고 또는 심각한 해리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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