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은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신속한 금융안정 대책에 힘입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주가도 크게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유럽 및 일본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내년에도 상당기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금융위기가 급격한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이 실물부문으로 본격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이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이미 중소기업 지원 확대, 부동산 및 건설경기 활성화, 감세 및 규제완화 등 일련의 경기부양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한은도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정책에 맞추어 지난 10월 27일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0.75%p의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은행의 자금부담 경감을 위해 은행채를 한은 RP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는 금융시장에 팽배해 있던 불안감에서 비롯된 자금경색을 완화하고 향후 경기둔화에 대비한 아주 적절한 조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전이에 따른 경기침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부에서는 경기부양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물가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60달러 내외로 급락하면서 지난 8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하락 추세에 있고, 앞으로도 세계경기 위축, 유가안정 등으로 인해 물가상승압력은 더욱 완화될 전망이어서 금리인하에 따른 물가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보다는 디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경기침체 억제를 위한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더욱 타당성을 갖는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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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각에서는 금리인하에 따른 외화자금 유출 및 원화 절하를 염려하는 주장도 있으나, 전 세계적인 금리인하로 국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1%), 유럽(3.75%), 일본(0.3%) 등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수준은 4.2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출된 자금의 상당부분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라기 보다는 주식투자자금인 점을 감안할 때 국내 금리인하에 따른 해외자금유출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가 필요한 이유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금리 인하를 통해 중소기업 및 가계의 부담을 경감해 주어 현 금융불안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서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겠다.
현재의 은행대출 규모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0.25%p 인하시 중소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은 각각 0.7조원 및 0.9조원 내외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매출 및 가계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 하에서 자산가격 마저 급락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중소기업 및 가계 대출의 경착륙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금융시장에서 자금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어렵다. 따라서 거래상대방 리스크의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금융회사 혹은 기업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경우, 한은은 금리인하 외에도 한시적인 조치 등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이번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필요시 비상수단을 동원해 가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제고하였다. 한은도 은행채 매입의 경우처럼 앞으로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역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