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래서 장기투자다

[기고]그래서 장기투자다

김재칠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2008.11.13 11:19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주가는 작년 10월 고점 대비 40% 이상 폭락 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위기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에 펀드 투자자들의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래도 답은 장기투자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주식형펀드도 팔고 사고를 반복하는 단기 매매를 통해서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주가의 고점과 저점을 절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의 분석은 장기투자의 효용성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S&P500 지수는 1996년에서 2005년까지 10년간 연평균 9.1%의 수익률을 올렸다. 10년 중 일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10일을 계산에서 제외하면 연평균 수익률은 4.1%로 떨어지며, 30일을 제외하면 연평균 수익률은 -3.1%로 떨어진다. 10년 중 전체 거래일의 2%에 불과한 수익률 상위 30일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면 10년간의 거래를 통해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손실까지 본다는 것이다. 주가가 급반등하는 결정적인 거래일을 포착하지 못하면 오랜 기간 투자하더라도 수익률을 높이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과연 인간의 능력으로 10년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르는 단 며칠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을 것인가.

수익률 측면에서 장기투자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복리 효과이다. 복리효과는 투자와 재테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효과는 배가된다. 예를 들어 매월 100만원을 꾸준히 적립하고 연평균 기대수익률을 8%로 가정할 때, 10년 후 단리로 계산한 세전 투자 원리금은 1억 6,840만원이 되며, 복리로 계산한 투자 원리금은 1억 8,128만원이 된다. 10년의 투자 기간을 가정할 경우 단리와 복리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투자 기간이 30년이 된다면 그 차이는 급격하게 벌어져 단리 투자 원리금은 7억 9,320만원이 되는데 반해, 복리 투자 원리금은 14억 1,761만원이 된다. 투자 원리금을 환매하지 않고 보유하는 기간이 길수록 복리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펀드에 대한 장기투자는 자산운용회사의 운용행위를 통해 투자자에게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자산운용회사들은 수익률에 따라 평가받기 때문에 투자자의 펀드 보유기간이 짧을수록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된다. 자산운용회사들의 소위 단기주의(‘Short-termism')는 유동성이 뛰어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 간의 가격 불균형을 초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버블로 붕괴된 자산이 균형가격을 회복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하버드 대학의 제레미 스타인(Jeremy Stein) 교수는 2000년대 초반에 붕괴되었던 IT 관련 주식들이 균형가격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IT 기업 주식을 기피하는 개방형 펀드들의 ’Short-termism'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자산운용회사들의 단기성과 집중 전략은 잦은 유가증권 거래를 통해 투자자가 부담하는 거래비용을 높이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또한 최근처럼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할 때에는 자산운용회사들이 투자자의 환매 요청에 대비하기 위해 유가증권을 매도하고 현금을 보유함에 따라 시장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 펀드 투자자의 펀드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와 같은 문제점은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펀드 투자자들에게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원칙을 세우고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재무상황과 위험성향에 맞는 합리적 투자를 했는지 돌아보고, ‘위험한도 내에 투자한 여유자금’일 경우에는 조금 더 길게 보도록 노력하자. 우리의 펀드 계좌가 10~20년 후 소중한 자녀 교육자금 또는 은퇴자금이 되어 있을 것을 기대해 보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