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해외IB ELS가격평가 '고무줄'

③해외IB ELS가격평가 '고무줄'

문병선 기자
2008.11.26 08:30

[ELS 백투백 은밀한 뒷거래] 현대ㆍ대신ㆍ신영證 등 해외IB와 거래 많아 분쟁소지

이 기사는 11월25일(11:20)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담보 문제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이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공정가격 평가 문제다. 국내 증권사가 평가한 가격과 해외 IB가 계산한 가격이 달라 ‘중도해지(Early Termination)’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간단한 예로 국내 증권사가 고객의 요청으로 발행 기준가(100)에서 반토막(50) 난 ELS의 중도환매를 요구하면, 해외IB는 최종정산가를 25~35 정도로 결제해 준다. 국내 증권사가 매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ELS 기준가(50)와 해외IB의 최종정산가(25~35)가 심각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것.

이는 중도환매 수수료나 파생상품 중도해지시 발생하는 대체거래비용(Replacement Transaction Cost)을 감안해도 지나친 차이다. 국내증권사는 계산의 공정성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기타 영업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반협박성' 항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실정이다.

H증권 관계자는 “지금도 (ELS 환매 가격 관련)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지수가 추가로 급락해 환매가 늘어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D증권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두 차례 정도 여의도에서 모여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며 “지금까지는 개별 증권사별로 ‘영업’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계산주체는 해외IB, 불평등 계약?

문제의 시발은 가격 평가 기능을 해외 IB쪽에 일임한 데 있다. ISDA 표준계약서에 ‘계산대리인(Calculation Agent)’을 해외IB로 명시한 것. 공정가액 평가를 외부 신용평가 기관 2~3곳의 평균 가격으로 산출하는 통상의 사례로 보면 성급하고 불합리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ELS 백투백(Back-To-Back) 계약서는 ISDA 표준계약서, 부속계약서(Schedule), 담보계약서(Credit Support Annex), 컨퍼메이션(Confirmation) 등 4종이 패키지로 사용된다. ‘중도해지’ 및 ‘계산대리인’에 대한 조항은 ISDA 표준계약서와 컨퍼메이션에 있다.

대형증권사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ELS 도입 초기 ‘계산대리인’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증권사들이 이를 간과한 측면이 있었다”며 “상황이 이렇게 까지 악화될 줄은 당시 생각도 못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 로펌의 파생상품 전문 변호사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당시 계약 조항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문제의 조항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생상품 관련 금융사고가 많아지고 소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통 금융기관들은 레퓨테이션(Reputation) 때문에 중재를 통해 해결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종의 불평등 계약으로 볼 수 있다”며 “해외IB의 계산과정이 공정한 지, 국내사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사례가 있는 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IB들은 이 문제에 대해 쉬쉬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거나 “본사에서 진행되는 사안”이라고만 밝혔다.

◇ 국내 투자자 피해 4조 넘을수도

지난 10월말 기준 ELS 총발행잔액은 24조원(10월말기준)이다. 이중 백투백 운용 자금은 16조8000억원. 반토막을 가정하면 백투백 ELS의 평가가치는 현재 8조4000억원이다. 최종정산가와 차이만큼 투자자의 추가 손실이다.

ELS 상품 설명 중 ‘중도상환 관련 사항’에 “외환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에서의 거래 등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함으로써 발행회사가 본 증권과 관련하여 체결한 헤지 거래로부터 적시에 만족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는 계산대리인(Calculation Agent)은 만기일, 지급일 및 만기상환금액 등 본 증권의 권리내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계산대리인은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분쟁 가능성이 있다.

ELS 영업을 먼저 시작한 증권사일수록 분쟁 가능성이 크다. D증권 다른 관계자는 “대형증권사일수록 상품도입을 서두르다 보니 문제의 조항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가운데 해외IB와 관련된 익스포저(Exposure)가 많은 증권사는 현대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등이다. 신용환산액이 많을수록 해외IB와 백투백 거래가 많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신용환산액에는 ELS 외에도 파생결합증권(DLS)과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익스포저까지 포함된다. 이중 ELS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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