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백투백 은밀한 뒷거래]미국계 IB 등 흥정 여지 없애..국내사 '난감'
이 기사는 11월20일(09:57)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해외IB와 국내 증권사 간 갈등의 시발은 ‘담보’ 문제에서 비롯된다.
‘언펀디드 스왑(Unfunded Swap)’ 방식(아래 설명 참조)의 주가연계증권(ELS)은 가격 변화에 따라 담보를 주고받아야 정산이 이뤄진다. 해외IB는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부터 담보 자산을 ‘달러’로 요구하며, ‘원화’를 주겠다는 국내 증권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다수의 장외파생상품(OTC) 관계자들은 “요즘에도 10여통의 이메일이 들어오는데 유럽계 은행보다 미국계 IB의 달러 요구가 눈에 띄게 강하다”며 “사안별로 협상을 하며 조정하고 있으나 유독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IB가 ‘흥정’의 여지없이 달러만 고집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IB측은 “모든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하고 특히 요즘 더 엄격해졌다”며 “국내 증권사 역시 위기관리를 하는데, 그 실행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대형 IB 관계자 역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위기 관리 방식의 하나”라고 밝히며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대다수 해외IB는 국내사의 불만이 많고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질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해외IB의 지적대로 ‘위기관리’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그룹은 은행지주사로 전환했다.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피인수됐다. 공격적 투자업무를 하던 IB들이 은행 산하로 편입되면서 보다 까다로운 재무기준을 내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정황상 면죄부가 된다.
하지만 국내사의 시각은 다르다. D증권 관계자는 “횡포 아니냐”며 “계약에도 없는 달러담보 요구로 ‘환차손’을 증권사가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ELS가 대량 발행되던 지난해말까지 대략 1000원대였던 환율은 9월 이후 1400원대로 급등했다.
ELS발행 대금이 1000억원이라면 약 40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ELS 투자자는 외환관련 손실 책임이 없으므로, 이 손실은 고스란히 발행사인 증권사가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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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증권 관계자는 “달러 담보를 요구한 해외IB에게 거래관계를 끊겠다는 ‘맞짱’ 협상을 벌인 끝에 조건을 완화(원화담보와 달러담보 비율 조정)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이런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총 24조원의 ELS(10월말 발행잔액 기준) 가운데 백투백 방식은 70%(16조8000억원) 가량이다. 이중 ‘언펀디드 스왑(Unfunded Swap)’ 방식의 ELS는 70%(11조8000억원) 정도다. 지금까지 지급된 담보는 약 65%(7조7000억원)로 파악되고, 나머지 4조1000억원은 지수가 급락할 경우 추가로 지급해야 할 담보다.
국내 금융권의 유동성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거액의 담보 제공이 미치는 파장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지난 10월의 폭락장이 다시 한번 연출되면 대형사로서도 자금마련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담보로 제공된 현금과 채권 등의 자산이 위기 국면에서 사실상 현금화가 불가능하도록 묶여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 특히 지난달 환율 급변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다. 달러 담보를 확보하기 위해 외환 시장에서 달러 매수에 적극 나서면서 환율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다.
정책당국 한 관계자는 “지난달 ELS 담보지급에 따른 외환시장 영향에 대하여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에 들어간 적이 있다”고 할 정도다. 다만 그는 “시장에 큰 파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4조1000억원의 자금이 해외IB에 추가담보로 지급될 경우 ‘채권매도(금리상승)→달러매수(환율상승)’는 불가피하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관계자는 “쏠림 현상을 경험한 터라 위기 조짐이 있을 경우 CD매도, 달러매수 등의 선수요 현상이 미리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