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자산관리 클리닉
김지은(29) 씨는 올 8월 출산 예정이다. 아이를 가진 기쁨과 동시에 아이가 입을 옷과 아기용품 등 예비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사교육 열풍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벌써부터 무겁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스무살이 될 무렵, 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작은 금액 일지라도 미래에 대비한 금융상품을 마련해 주고 싶어 한다.
외환위기 이전 우리네 부모님들은 못 배우고 못 가진 설움과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자식의 학자금 마련을 위한 교육보험을 열심히 가입했다. 하지만 교육보험이 만기가 돼 교육자금을 수령하고는 실망했다. 10년, 20년 전에 100만원이란 돈은 큰 의미를 가졌지만,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교육비 상승률에 지금은 실질가치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교육보험은 시중금리와 연동되는 확정금리 상품이었다. 또한 특정시기에 입학자금 및 기타 자금으로 얼마씩 중도에 지급해 주었지만, 이는 환급금에서 제외하고 지급됐다. 결론적으로 자녀의 대학입학 시기에 필요한 교육비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교육보험은 현재 사라지고 없는 상품이다.
우리가 교육보험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10년, 20년 후의 목적자금을 계획한다면,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교육열이 뜨거운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사교육비 상승률(연 8%)이 물가 상승률(연 4%)을 상회하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깊다.

◆장기투자로 본 1억 만들기와 소요 기간
적립식펀드로 매년 11%의 수익을 낸다고 가정할 경우, 매달 50만원씩 적립해 1억원을 모으려면 약 10년이 걸린다. 30만원씩 적립할 경우에는 약 14년이, 10만원씩 적립할 경우는 약 23년이 소요된다. 이는 주가가 꾸준히 오를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에 따라 기간변동이 있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적금상품으로 적립하는 방법은 어떨까. 현재 시중은행의 1년 정기적금 금리는 3~4%대를 형성하고 있다. 자동이체를 설정하면 우대금리를 주고, 일정기간 이상 가입조건 및 자녀 입학 시 0.2~1%포인트 내외의 추가 금리를 얹어주는 상품 등을 판매중이지만,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을 생각한다면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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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으로 인해 은행의 명목금리는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앞으로 추가로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예를 들어1억원을 은행에 예치할 경우 연 4.5%의 금리를 받는다고 해도 15.4%의 세금을 내고 나면 실질적 수익률은 3.7%밖에 되지 않는다. 이 수치는 전년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4.1%보다 낮은 것으로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다가온 것은 분명하다.
결국 현재의 금리와 물가상승률 이 개의 조건으로 적립하는 적금은 자신의 자산을 증식시키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다만 목돈을 만들기 위한 습관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어린이펀드 vs 어린이적금 vs 어린이보험
어린이 상품은 크게 어린이펀드, 어린이적금, 어린이보험(VUL : 변액유니버셜) 상품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어린이적금은 가입 시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며, 어린이펀드와 어린이보험은 수익과 손실 모두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금융 선진국에서는 어린이상품 대부분을 펀드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방법이 확정금리를 제시하는 상품보다 수익률과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위한 펀드는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특성으로 선택과 운용에 신중해야 한다. 공격적인 투자자에게는 과거 안정적으로 수익을 냈던 펀드를 비교 선별해 주식형펀드를,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채권금리에 알파 수익을 낼 수 있는 혼합형펀드를 추천한다.
◆세금 및 증여세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경우에 10년 동안 3000만원을 공제하며, 20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증여받은 경우에는 1500만원을 공제한다. 부모만이 아니라 직계 존비속들로부터 발생하는 금액을 모두 합산한 한도 내에서 증여세 공제가 가능하다.
요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자산가들 사이에선 자손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일이 늘고 있다. 증여세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이나 펀드의 경우 증여할 당시 가격(시가) 기준으로 세금이 계산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기에는 그만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가격이 최고 40%나 폭락한 부동산시장에서도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양도하기 위해 부모들의 발길이 세무서로 이어지고 있다. 평가금액이 낮아진 자산가치의 시점으로 증여를 해 세금을 줄이고, 앞으로 부동산의 가격 상승 혜택까지 물려주려는 생각이 묻어 있다.
예를 들어 재작년 14억5000만원이던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올해 11억400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증여세도 약 30%나 줄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IT 버블이 꺼지던 2002년에도 증여세 신고가 급격히 늘어난 통계가 보여주듯이 하락한 자산 가격으로 증여를 하려는 부모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는 매월 일정금액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거나, 목돈이 있다면 아이 명의의 CMA에 넣어두고 매월 분할 매수하는 방법을 권한다. 지역분산과 위험분산을 통한 적립식 투자 방법은 매매 시점에 따른 투자 위험을 분산시키고 장기적인 면에서 효율적인 성과를 안겨줄 것이다.
자녀에게 증여세 없이 펀드를 만들어 주려면 펀드 가입 후 3개월 내에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고 주민등록등본 등 가족관계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저축과 보장은 각각 다른 상품으로
과거의 교육보험이 학자금 마련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 손해보험사의 어린이보험은 보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14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연간 10만명당 평균 4.1명으로 선진국의 3배에 달한다. 보행 중 어린이 부상은 초등학생이 약 50%, 취학 전 아동이 35%, 중학생이 15%로 13세 이하 아동이 전체 8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등하교길 교통사고는 어린이 안전사고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
어린이 교통사고나 식중독 등 상해와 질병을 보장하는 기능으로 상해/질병 입원의료비 1억원 한도, 상해/질병 통원의료비 30만원 한도 및 암, 식중독, 화상, 방사선 약물치료비 등 실제 손해난 부분에 대한 보장을 해주는 실손의료비 상품은 월 3만원 내외의 보험료로 보장이 가능하다. 자녀의 질병이나 재해로 인한 경제적 위험을 줄이는데 알맞은 상품이다.
◆현명한 부모는 돈보다 지혜를 상속한다
선진국에서는 아이가 독립하기까지 저축의 습관과 돈의 의미에 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키고 있다. 처음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개념은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인지해 주는 것이다. 저축은 확정된 이자로 만기 시 지급되는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방법이며, 투자는 실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고 기대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의 위험률이 존재해 손실이 날 수 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장기투자와 분산투자가 있다. 아이에게 단기적인 경기 변화에 민감해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넓은 시각을 길러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매월 받은 용돈으로 아이가 자신의 생각으로 돈을 바라보는 시각과 절약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행돼야 하겠다. 또한 경제신문이나 인터넷 정보를 읽을 때에는 사실에 인지하는 수동적 기능보다 사실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설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하고, 경제용어나 경제원리에 대해 설명한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획일적인 우리나라 교육제도 안에서 앞만 보고 뛰어가는 경주마와 같이 입시지옥에 갇혀 있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안쓰럽다.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아이보다 함께 달리다 넘어진 친구의 손을 잡고 뛸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아이가 진정 현명한 부자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며, 장기투자의 가장 좋은 출발점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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