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우리증시의 가장 큰손으로 꼽히는 외국인투자자가 어제 그러니까 26일부로 올들어 순매도로 전환했습니다. 13일 연속 순매도를 보인 건데요. 이기간 원달러 환율은 1381원에서 어제 한때 1520원을 넘을 정도로 폭등했습니다. 외국인 이대로 우리 증시를 떠나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건지 알아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경제증권부 유일한 기자 나와있습니다.
1 외국인이 어제부로 올해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했다고 하죠.<외국인 13일 연속 순매도..올들어 매도우위 전환>
네, MB 정부가 출범한지 일주년이 된 바로 다음날이었는데요. 880억원어치를 내다팔아 올들어 751억원의 매도우위로 돌아섰습니다.
잠깐 그림을 보시면 더 쉽게 들어올텐데요.
2월 들어 순매도가 지속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외국인은 13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기간 순매도 규모만 1조9500억원에 달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미국 증시가 동반 1%대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외국인의 주식매도는 좀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 지수선물도 대량 매도하고 있다구요. <지수선물도 최근 3만3000계약 순매도>
<그림2>
네 아시는 것처럼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하는 지수선물을 매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일텐데요. 순매도 규모가 너무 큰 게 특히 부담입니다. 하루 1, 2천계약이면 부담이 덜할 텐데 요즘 팔았다하면 5000계약을 넘습니다.
외국인의 올해 지수선물순매도는 4만3000계약에 달하구요. 금액으로치면 3조1000억원에 이릅니다.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단기간 순매도는 3만2800계약에 달합니다. 금액으로는 2조4000억원입니다.
외국인의 현물과 선물매도가 동시에 진행되는 동안 코스피는 1200에서 1100선 아래로 밀려났고, 원달러 환율은 1400, 1500원을 넘어 1520원까지 내달렸습니다. 우리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좀 씁쓸하긴 합니다.
3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외국인이 왜 이렇게 우리나라 주식과 지수선물을 내다파는냐하는 것일텐데요. <매도 이유:환율 변동성 증폭되며 원화 기피 심화>
사실 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그 수많은 외국인의 생각과 판단을 일일이 알아볼 수는 없을텐데요. 어제 외국계증권사에 근무하는 한 임원과 좀 긴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좀 그림이 그려지더라구요.
독자들의 PICK!
가장 큰 이유는 예상대로 환율을 들더군요. 동유럽 유동성 위기다, 미국 정부의 국채발행이다 해서 달러화 수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급증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이를 피해 주식을 내다팔았다는 겁니다.
실제 외국계 IB사이에는 환율 1200원이 적정하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17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음으로 양으로 거론된다고 합니다. 1700원까지 오른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원화를 파는 게 매우 유리하죠.
쉽게 말해 한국 돈을 들고 있으면 손해가 날 수 있으니 이를 팔고 달러를 확보하려는 투자자가 더 많다고 합니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도 있지만 워낙 환율 변동성이 심하다보니 다들 원화 가치 하락 위험을 피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잘 알려진 것처럼 글로벌 IB와 헤지펀드 등 큰 손들은 지금 존폐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보유 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문용어로 디레버리지라고 불리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화 매수가 발생하고 원화와 같은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합니다.
4 외국인이 특히 금융주를 대량 매도했다고 합니다. 3월 위기설이 다시 제기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좀 짚어주시죠. <은행주 집중 투매:올해도 자산건전성 위험 지속>
<그림3>
표를 잠깐 보시면 13일간의 순매도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주식은 신한지주와 KB금융으로, 각각 2357억원, 1950억원에 달합니다. 지분율이 각각 2%포인트씩 줄었습니다. KB금융은 15일동안 756만주를, 신한지주는 10일동안 966만주를 내다팔았습니다. 물론 주가는 신한지주가 24%, KB금융은 22% 폭락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까지 포함해 4대 시중은행도 대거 처분했고, 기업은행도 매도 타깃이 됐습니다. 과거 외국인이 팔았다하면 삼성전자 포스코가 1, 2위를 차지하던 것과 차이가 납니다.
은행들은 지금의 금융위기 한복판에 있습니다. 작년말과 올해초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았고, 채권 발행과 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을 대거 했지만 은행의 대출자산은 지속적인 손실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가 늘어나고 있구요.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서 중소기업의 키코 대출은 어느 정도의 파장을 가져올 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가계 대출도 계속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작년 9, 10월에 드러난 지독한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가 다시 나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지만 은행의 자산건전성 문제, 충당금 설정 문제는 올해도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은행을 살 만한 이유가 많지 않은 것이죠.
5 은행을 둘러싼 내부 변수가 안좋은 건 알겠는데, 요즘 씨티그룹에 대한 국유화 가능성까지 나오는 걸 보면 외부 변수도 영향을 상당히 미쳤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씨티, BOA 국유화 논란도 은행주 매도 자극>
네, 개인적으로 보면 우리 내부 악재가 3이라면 해외 악재가 7이라고 봅니다. 씨티그룹에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국유화 논란에 휩싸였었는데요. 물론 벤 버냉키 의장이나 백악관에서 국유화 가능성이 없다고 밝혀 논란은 다소 진정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미국 은행들은 대대적인 건전성 검사,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고 있습니다.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명되면 어떤 조치가 나올지 불확실합니다. 금융계에는 증시가, 주가가 모든 걸 다 말해준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림4>씨티, BOA 주가 추이
씨티그룹 주가가 지금 2.5달러, BOA가 5.3달러입니다. 이번주 반등한 게 이정돕니다. 이른바 담배주인데, 담배주는 사실 정상이 아닌 상태의 재무건전성을 반영한다고 봐야합니다.
두 거대 은행이 파산하면 금융시스템이 망가질 게 뻔하기 때문에 지원은 하겠지만 정상화 기대감은 많이 식었습니다. 유럽 은행들도 예외없이 망가지고 있는데요. 자본은 늘려야하는데 돈은 없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은행주만 이쁘게 생각할 근거를 찾기란 참 어려울 듯 합니다. 월가 은행주가 최근 반등함에 따라 우리 은행주 하락압력이 조금은 줄겠지만 외국인이 활발하게 살 지는 지켜봐야할 듯 합니다.
6 그렇다면 외국인은 언제까지 우리 주식을 내다팔 것으로 보이나요. 어려운 문제지만 그래도 한번은 점검해야할 듯 합니다. <호재도 있다:환율 수혜, 새경제팀 신뢰, 경기반전 기대>
네, 지금까지 말씀드린 얘기가 온통 어두운 얘기뿐인데요. 사실 우리시장을 좋게 보는 외국인투자자도 없지는 않습니다. 100엔당 원화 환율이 1600원인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 기업은 일본 업체들에 비해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 토요타가 첫 영업적자를 낸 상황에서 현대차가 많은 이익을 내고 있구요.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전후인 것도 우리 제조업에겐 우호적입니다.
윤증현 장관을 비롯한 새 경제팀이 이전보다 시장 프렌들리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신뢰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엊그제 벤 버냉키 의장이 금융위기만 진정되면 미국 경제가 2010년 회복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는데요. 사실 외국계 IB들 사이에는 내년 V자형 경기회복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7 좀 지난 얘기긴 하지만 3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잖아요. 위기설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시나요. <3월 위기설? 실현 가능성 낮다..원화 저평가 매력 증가>
외국인은 분명 단일 투자자가 아닙니다. 생각이 다 다릅니다. 3월 결산을 맞아 일본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꺼번에 대거 이탈할 거라는 게 3월 위기설의 주된 이유인데, 반대로 100엔당 1600원으로 거의 1년만에 100% 뛴 상황에서, 다시말해 엔화가치가 2배가 된 상황에서 폭락한 원화를 팔고 폭등한 엔화를 사서 나갈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요. 달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외국인이라면 달러나 엔화보다는 원화를 살 겁니다. 물론 우리집에 긴박한 달러 자금이 필요하다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겠죠. 지금 상당수 외국인중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원화를 파는 투자자들이 적지않을 겁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원화를 사는 게 프로다운 전략이 아닐까 합니다.
한미, 한중일 통화스와프 체결로 외화유동성 부족도 상당히 해소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키코나 기업구조조정 같은 문제는 상당히 걸립니다.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없어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거든요. 이렇게되면 셀코리아에 치중하는 외국인이 태도를 바꿔 바이 코리아로 돌아서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