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이 기사는 03월10일(11:2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어린 나이에 상경해 전셋집을 전전한 A. 평소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소원이었던 그는 어렵사리 번 1억 원 중 9800만원을 들여 내 집 마련에 성공한다.
꿈에도 그리던 보금자리 마련에 성공했지만 종자돈을 다 쏟아 부은 그에게 친구들의 재테크 성공 스토리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 수년째 사옥을 물색해오던 교원그룹은 지난해 말 중구 을지로 내외빌딩을 1340억원에 매입했다. 평소 무차입으로 유명한 이 그룹은 1000억원이 훌쩍 넘는 사옥 마련에도 은행 돈 한 푼 빌리지 않았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평당 2000만원이 넘는 빌딩을 평당 1400만원대에 마련하게 된 교원그룹은 불황기 '이삭줍기'에 성공한데다 이자 부담 걱정도 덜었다며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 게임 회사 지분을 매각해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한 청년 사업가는 최근 강남구 대치동 미래에셋타워 A, B 두 개 동을 885억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강남 대형 빌딩을 개인이, 그것도 은행권 차입 없이 인수하자 부동산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실물 시장으로 번져 나가자 오피스 빌딩 매각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자산 유동화에 사활을 건 기업들이 빌딩에 묶여 있는 자금 확보를 위해 대거 매물을 쏟아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극동빌딩을 비롯해 내외빌딩, 플래티넘타워 등 A급 오피스 빌딩이 속속 매물로 출현해 시장의 관심을 샀다.
그러나 최근의 빌딩 인수 시장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할 만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내외빌딩과 미래에셋타워 매수자 모두 은행권 차입 없이 자기 자본으로 빌딩 인수 자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1000억원을 넘나드는 뭉칫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은행 돈을 한 푼도 빌리지 않았다는 데 대해 시장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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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직도 부동산을 하나의 투자상품이 아닌 '소유'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불황기마다 현금 확보를 위한 기업의 자산 매각이 줄을 잇는 걸 지켜보면서도 부동산 소유에 대한 유혹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사옥을 마련한 한 업체 관계자는 "현금 흐름이 나빠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사옥 소유에 대한 회장님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의 현금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요즘, 부동산 매입에 거액을 쏟아 붓는 기업들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종자돈을 내 집 마련에 모두 쏟아 부으면 재테크를 못하는 건 물론이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다시 돈을 빌려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