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한 은행 부행장의 주도로 해당 본부가 지리산 등반을 떠났다.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된 연휴를 이용, 직원들의 단합을 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일부 직원들은 등산화에 등산복까지 사야한다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래도 예외는 없었다.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부행장의 엄명도 떨어졌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9명에 달하는 인턴들이다.
이들 중에서 다른 직원들과 어울려 등산하고 싶은 인턴들이 왜 없을까. 그래도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끝내 소외됐다.
'정식' 또는 '정규직'이 아닌 경우 링 안에 함께 서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전주에 사는 이종룡 씨의 경우 링 밖에서 나름의 영역을 개척했다. 떡배달, 신문배달, 학원차 운전, 목욕탕 청소 등 아르바이트만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꼬박 10년이 걸렸고 그 기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매일 20여시간씩 아르바이트만 해서 3억5000만원의 빚을 모두 갚았다.
사업을 하다가 외환위기 때 빚더미에 오르고 신용불량의 나락에 떨어졌던 송홍석 씨도 재기의 길을 걷고 있다.
살던 집도 날려버리고 교회에서 마련해준 지하 단칸방에 살다가 홍수에 침수되기도 했다. 지금은 배드뱅크의 도움으로 빚을 꾸준히 갚아나가고 있다.
이들은 밖에서 링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10년여에 걸친 세월을 고스란히 바쳐야 했다.
그들은 이제 젊은이들에게 열심히 사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고 다독인다. 삶의 역경을 극복하고 인생의 거대한 전환을 이뤄낸 이들의 묵직한 지혜다.
그럼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안쓰럽다. 출발선이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링 안에서 출발할 수 없고 링 밖에서 출발해야 하는 그들에게 단지 열심히 살라고 하기엔 사회의 선배로서 미안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는 것은 이종룡 씨처럼 자신의 온 삶으로 젊은이들을 북돋워주는 선배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