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知人) A씨에게 메일 한통을 받았다. 뜬금없게도 한 코스닥 업체 B사에 대한 보도자료였다. 견실한 중견그룹의 주력계열사에 착실하게 근무하던 A씨였기에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보도자료의 내용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B사의 소액주주들이 연대체를 결성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등 경영참여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메일을 보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연유를 물었다.
"B사가 자원개발업으로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는 소문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손절매도 하지 못했습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는 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섰습니다."
그는 B사가 실질심사 대상이 된 사유 중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나 '유증자금 불건전 사용 등 손실발생' 등은 회사 측에서 해명해야 하지만, 세번째 사유였던 '경영투명성 요건'은 소액주주들이 나서야 해결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액주주 연대를 결성해,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실질심사 때문에 손해를 본 것 아니냐"고 넌즈시 물었다. 실질심사 제도나 제도를 운영하는 거래소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답이 돌아왔다.
"처음에 투자했을 때 '대박의 꿈'에 저지른 판단 실수의 댓가를 지금 치르고 있을 뿐입니다. 실질심사에서 회사가 살아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지금은 그냥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을 할 뿐입니다."
A씨는 당장 손실을 본 만큼 실질심사 제도를 옹호하거나 거래소가 잘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상장폐지 대상이 될 만큼 부실한 회사에 투자했던 자신의 잘못이고 회사를 잘못 이끈 경영진의 잘못이라고 했다.
얼마 후 B사는 결국 상장폐지 결정이 났다. 아마 조만간 A씨는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또 보내올 것이다. 그러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느냐와 상관없이 A씨는 1000만원 어치 이상의 교훈을 얻었다.
독자들의 PICK!
"허황된 꿈은 말 그대로 허황된 꿈이라는 것을 이번 일로 뼈져리게 깨달았습니다. 다시는 '대박'이라는 말에 속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