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살아나 좋겠다고? PB는 '고달파'

증시 살아나 좋겠다고? PB는 '고달파'

임동욱 기자
2009.05.20 07:21

금융위기로 VIP고객 신뢰 상실, 일부 금액 인출-원금회복 요구도

"주가상승만 봐도 투자환경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데 저희는 여전히 춥네요."

한 시중은행 간부급 프라이빗뱅커(PB)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킨 금융위기의 한파가 누그러지는 분위기지만 순금융자산 20억원 이상 고객만 담당하는 '스타급' PB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최상위 VIP고객을 상대하는 전문가들이며 직급은 대부분 부장(지점장)급이다. 특급호텔급의 화려한 실내장식과 직원들의 세련된 매너로 무장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PB 중의 PB'다.

고객은 대부분 수백억원대 개인재산을 보유한 기업가나 고액연봉의 대기업 임원 등이며 능력을 특별히 인정받은 PB는 은행 최고경영진의 재산을 직접 관리한다. 전담고객수는 PB 1명당 20~30명을 넘지 못한다.

최근 증시가 반등하면서 반토막났던 고객들의 투자수익률도 상당부분 만회되는 이 시점에서 왜 이들은 왜 "죽겠다"고 비명을 지를까.

한 시중은행 PB는 "최근 손님이 없다"며 "신규실적이 전무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금융위기로 고객들의 신뢰를 상당히 잃어버린 게 문제"라며 "큰손 고객들은 '내 돈 원상복구됐을 때 연락하라'며 발길을 끊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처럼 손님 얼굴을 보기 힘드니 금융상품 신규가입을 권유하는 것은 꿈도 못꾼다"며 안타까워 했다.

아예 거래가 끊긴 경우도 있다. 다른 은행PB는 "최근 관리자산 잔액이 상당히 줄었다"며 "저조한 수익률에 실망한 손님들이 시장이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이자 거래를 끊고 돈을 인출해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큰손 고객들을 잡을 만한 마땅한 금융상품이 없는 것도 고민거리다. 최근 주가상승률이 눈에 띄지만 주식형펀드에 뒤늦게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바닥수준으로 떨어진 금리수준에 고객들에게 예금을 권할 수 없고 그렇다고 과거와 같이 파생금융상품을 마음놓고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간만에 괜찮은 펀드상품 하나를 발견해도 고객을 설득해 가입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고객의 투자성향도 조사해야 할 뿐더러 고객과 함께 확인할 서류만 두꺼운 책 1권 분량이다. 최근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의 영향이다. 한 PB는 "시간에 쫓기는 바쁜 손님들은 '왜 나를 이렇게 귀찮게 하느냐'며 짜증을 낸다"며 "요샌 정말 영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인 PB 자신도 최근 시장변화를 읽어내기 힘들다는 점이 더욱 부담이다. 다른 PB는 "요샌 시장이 무섭다"며 "최소한 다음달 전망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야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데 안개 속에 있는 것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최근 일부 은행은 PB들에게 고객 위탁을 받아 개별종목 주식매매에 나설 것을 적극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 PB는 "계열 리서치센터에서 주식 종목연구 및 추천을 지원하니 PB는 고객에게 개별 주식을 적극 팔라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솔직히 답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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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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