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북한

[기자수첩]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북한

강기택 기자
2009.05.26 08:38

"상당히 놀라웠던 것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자기 국정 상황을 소상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나도 어지간히 국정 상황 파악에 대해서는 구석구석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해도 저 정도이면 아주 기억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아주 소상한, 국정 구석구석에 대해서 소상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된다 안 된다, 좋다 나쁘다 이런 것의 의사표현이 아주 분명했습니다. 그것이 아주 인상적이고, 과연 진짜 권력자답다 이런 생각이 좀 들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초 평양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뒤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김 위원장에 대한 인상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진짜 권력자답다"고 평했던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흘째 되는 25일 제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로써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두 번의 '핵폭탄'을 안긴 셈이 됐다.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강행한 게 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지난 2006년 10월이었다. 김 위원장은 최초의 핵실험 1년 뒤 노 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리고 또 1년 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 2차 핵실험으로 충격을 줬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국상중인데 같은 민족끼리 참으로 안타깝다."

북한의 핵실험은 김 위원장 명의로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의 조전이 발송된지 채 반 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물론 북한의 핵실험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이 없는 것일 수 있다. 그래도 한 때 함께 정상회담을 가졌던 국가 원수의 상중이란 점을 감안하면 같은 민족으로서 예의는 아니다.

아무리 경우가 없는 '불량국가'라 해도 이번엔 해도 너무했다. 남측 전체 사회가 추모와 애도를 위해 경건함을 해칠 수 있는 모든 일정들을 뒤로 미룬 채 국상의 시기를 지내고 있는 가운데 같은 민족끼리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 민족끼리'를 입에 달고 사는 북한은 과연 뭐라 변명할 것인가.

지난 주말에 이어 주초까지 연거푸 한반도가 전세계적인 뉴스메이커가 됐다. 그것도 긍정적인 뉴스가 아니라 부정적인 뉴스로 전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북한은 이번에 민족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지 않았고 이를 온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그것은 좁게 보면 북한 스스로 치욕스럽게 만드는 일이고 넓게 보면 한민족 모두를 예의 없는 족속들로 격하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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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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