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주 빈병 공용화 '씁쓸하네'

[기자수첩]소주 빈병 공용화 '씁쓸하네'

원종태 기자
2009.06.17 08:23

이달 초 서울 힐튼호텔에서는 7개 소주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소주 공병 공용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한마디로 소주 빈 병을 제조업체별로 구분하지 말고 함께 써서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선언이다. 그런데 전국 10개 소주업체 중 7개사만 이 협약을 맺고 3개사는 빠졌다. 3개사는 MB정부 화두격인 '저탄소 녹색성장' 운동에 불참한 셈이 되자 혹 미운털이 박힐까 걱정이다.

보해양조가 불참하게 된 이유는 소주 병 모양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소주병은 병목 부분이 곧지만 보해양조 소주병은 병목이 둥글다. 지난 2002년 제품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을 바꿨다. 보해양조는 디자인을 되돌리지 않는 한 '빈 병 함께 쓰기'에 참여할 수 없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병 모양을 다른 업체처럼 바꿀 경우 생산라인 증설과 광고물 교체 등 3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며 "환경부도 불참 이유를 납득했지만 정부 핵심정책을 거부한 듯 한 인상을 줄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무학과 금복주는 다른 이유로 불참했다. 이 업체들의 병 모양은 참여업체의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나름대로 불참이유를 갖고 있다. 무학과 금복주는 각각 경남ㆍ북을 연고로 한 업체로 다른 지역과 달리 해당지역 시장 점유율이 80∼90%로 높다. 예컨대 무학 소주는 경남에서만 팔리며 지역내 빈병 '10개 중 8개'가 자사 제품인데 굳이 전국 단위 공용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업체들은 특히 빈 병 공용시 전국 유통망을 가진 경쟁업체가 자신들의 빈 병을 대대적으로 수거해가면 '빈 병 품귀'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주 병은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 원활한 빈 병 수거가 수익성의 관건이다. 빈 병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새로 병을 만들거나 타 지역에서 이를 수거해야 한다면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의 보완을 건의했지만 해당 기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빈 병 공용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정부의 빈 병 공용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널티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실행에서 배려가 빠지면 기업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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