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중지란' 빠진 정부

[기자수첩]'자중지란' 빠진 정부

최중혁 기자
2009.07.10 10:00

"참여정부 때였으면 아마추어 정부라고 집중 공격받아 벌써 침몰했을 겁니다."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두고 교육계 한 인사가 던진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이번 대책이 마련되는 과정은 한 편의 희극을 보는 듯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외부 공격 없이 자중지란으로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지난해 10월말 처음 발표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한국소비자원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 안은 여러 부처의 다양한 대책이 담겨 말 그대로 '종합대책'이었다. 교과부는 이듬해 2월까지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키로 하는 등 타임 테이블까지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은 체계를 갖춰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4월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등 사교육과의 전쟁을 돌출 선언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본인은 여권 내 합의가 끝난 것처럼 얘기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교과부 안팎의 말을 종합해 보면 우군인 이주호 교과부 차관조차 난색을 표한 설익은 안이었다.

교과부가 당정청 협의 등 교통정리에 나서 '6.3대책'을 발표, 사태는 수습되는 듯 했지만 지난달 사건이 재발했다. 대통령이 교과부 장관을 질책했다며 곽승준 위원장,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이 2차 공격에 나선 것. 질책이었나, 아니었나 논란을 뒤로 한 채 확정안이 발표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정책에 손을 대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 곽 위원장과 정 의원은 '학파라치' 제도 조기 시행 등 소기의 목적한 바를 이뤘을지 모르나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이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중3 학생들은 '우리가 실험용 쥐냐'며 갈팡질팡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여권의 교과부 흔들기가 '사교육비 경감→중산층 소득증대→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정말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학원 심야교습 금지에 그토록 열성적이었나 하는 진의도 의심이 간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교육부를 없애겠다고 했을 정도로 교육정책에 있어 자율과 분권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은 중앙정부가 상명하달식 학원단속에 나서고 있다.

지금은 권력의 힘에 취해 '백년지대계' 교육정책도 정치적 논리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믿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스스로를 해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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