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눔에서 소통의 답을 찾다

[기자수첩]나눔에서 소통의 답을 찾다

정영화 기자
2009.07.20 10:21

[머니위크]

누구나 마음에 벽을 치고 산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다. 현대인들은 그 벽이 너무 두터워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벽 속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소통의 부재로 빚어진 비극을 담은 유명 소설로 로맹가리가 쓴 단편소설 <벽>이 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단편 모음집 안에 소개돼 있다.

위 아래층에서 자취하는 독신남녀가 있다. 둘은 가끔 오가며 인사를 나누지만, 정작 말은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다. 마음속에 호감을 품고 있지만, 가난하고 고달픈 현실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버렸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남자는 자취집에서 쓸쓸히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위층 여자 방에서 침대가 들썩이는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남자는 위층 여자가 연인을 데리고 와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착각하고 괴로움으로 자살을 하고 만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위층 여자도 자살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사실은 이랬다. 위층 여자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청산가리를 먹었다. 죽어가는 고통 속에서 침대를 부여잡고 몸부림을 쳤는데 그 소리가 바로 아래층 남자가 들었던 시끄러운 소리였던 것이다. 마음의 벽 때문에 상대방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어쩌면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주길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죽음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벽>이다.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소통의 부재는 날로 심각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고 인터넷 메신저로 수많은 글자들이 오가지만, 정작 마음은 허전하다고 호소한다. 왜냐하면 진정한 소통은 글자가 아닌 마음을 주고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사내 봉사단이 펼친 '나눔'활동을 취재하면서 직장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은 불신의 벽이 크기 때문이다. 냉혹한 경쟁체제에서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고, 또 자신이 밀릴 수 있다는 식의 불신이 마음에 벽을 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농촌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선함', 즉 '사람냄새'를 발견한다면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리고 소통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직장 내에서 사내 봉사단과 같은 '나눔' 활동이 많아져서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열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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