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 체면보다 중한 것은

[기자수첩]대통령 체면보다 중한 것은

최중혁 기자
2009.07.30 08:32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20회 특집대담이 있던 지난 27일 오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기자실을 찾았다.

이 차관은 교육정책 홍보책자 발간을 기념해 방문했다고 밝혔지만, 질문은 한 가지에 집중됐다. 당일 오전 이 대통령이 '임기말 100% 입학사정관제 선발'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라디오 대담 전문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버젓이 떠 있고 언론의 해설기사까지 나온 상황임에도 이 차관은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wording)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하며 말하다 보니 대답은 핵심을 비껴갈 수밖에 없었다. 관련 질문이 끊이질 않자 교과부 직원들은 이를 말리느라 진땀을 뺐을 정도다.

이명박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작 정부 내 의사소통은 '낙제' 수준이다. 교육현장에 '메가톤급'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음에도, 해당 부처는 이같은 사실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반성을 해도 시원찮을 청와대는 교과부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청정간 갈등을 부추긴다. 이런 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교육비 대책' 마련 과정에서도 많이 봐 왔다.

'100% 입학사정관제'는 시행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제도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임용고시를 필기시험 없이 100% 면담으로 치른다고 생각해 보자. 끔찍한 일이다.

그럼에도 "신입생 가운데 20~30%라도 입학사정관제로 실시할 확률이 100%라는 의미"라는 납득할 만한 해명은 사태 발생 30시간이 훌쩍 지난 28일 오후에야 나왔다. 그마저도 비공식적으로 확인이 됐다.

이 시간동안 청와대 담당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 체면도 중요하지만 국민과의 올바른 의사소통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28일 오후 외고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강남에서 입학사정관제 컨설팅을 받으려면 평균 8회에 250만원이라고 했다. 논술도 없애고 시험도 없애면 도대체 뭘로 뽑겠다는 것인지 제발 속 시원하게 좀 알려달라고 하소연했다.

당정청은 '의사소통'을 잘해서 이같은 질문에 '하나의 통일된 목소리'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통하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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