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 부족한 조선업계 IR

[기자수첩]2% 부족한 조선업계 IR

장웅조 기자
2009.07.28 15:56

출입처를 옮긴 뒤 처음으로 맞이한 조선업계의 '어닝 시즌' 풍경은 어딘가 낯설게 다가왔다. 주요 조선업체들이 실적을 발표하는데도 그 특유의 분주함이나 시끌벅적함이 감지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발표 당일에 전자공시사이트에 건조한 공시를 띄우고, 원고지 2~3매 정도의 짤막한 보도자료를 발송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투자설명회(IR)를 하지 않았다.

실적 발표 때면 으레 기자들과 애널리스트들, 주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IR 행사를 열거나 이들과 전화상으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컨퍼런스 콜을 개최했던 이전 출입처(IT업계)의 풍경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이 업계 대표기업들의 매출액은 조선업계의 1/20 수준이었다.

낯설음이 불편함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소극적인 실적 IR은 곧 주주에 대한 불성실한 정보공개를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상장사들이 일반적으로 분기 실적발표를 중요한 행사로 간주하는 건 회사가 주주들에게 자신의 경영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선거의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면 유권자가 의미 있는 투표를 하기 어려운 것처럼 IR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주주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다.

정보공개를 위해 컨퍼런스콜이나 IR 행사 등 거창한 행사를 꼭 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의 '기본'조차 안 지켜주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국내 대표적 조선사는 24일 주식시장 마감 후인 오후 5시경 공시와 함께 짤막한 실적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원고지 3.5매 분량의 보도자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감율과 배경만 설명돼 있었다. 정작 시장에서 관심이 많았던 후판 가격 동향 등 실적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설명을 해 줘야 할 IR 담당자들과의 전화통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IR 담당자들이 휴가를 떠났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이 원래 업계 분위기가 보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두둔했다. 그러나 같은 중공업 계열인 철강사들(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실적발표날 대규모 IR을 개최해 성실하게 정보공개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이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계 1위라는 한국의 조선업체들이 IR도 그만큼 해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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