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떠나 보낼 수 있는 '펀드 환매의 기술'

웃으며 떠나 보낼 수 있는 '펀드 환매의 기술'

배현정 기자
2009.09.17 10:02

못난이펀드와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

'주가 오르는데 환매를!'

2007년 고점을 전후해 펀드 투자 대열에 합류했던 박모(29)씨는 요즘 수시로 펀드 수익률을 조회하는 버릇이 생겼다. "코스피, 연고점 찍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박씨는 "이제 수익률도 제법 올라왔는데 이쯤에서 수익을 실현해해 볼까, 더 기다려 볼까"라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박씨처럼 요즘 펀드의 환매를 고심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와 현대증권 등에 따르면 2002년 6월 이후 코스피 1600~1700선에서 가입했던 투자자금(약 5조7000억원)중 이미 1/3(약 2조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주가가 오르는데 환매가 급증하는 기현상(?)에 대해 그간 펀드 수익률 하락으로 마음을 졸이던 투자자들이 펀드가 원금을 회복하자 대거 환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펀드와의 이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혹여 상승세가 다시 꺾일까 두려운 마음에 환매를 서두르다보면 못난이 선택을 되풀이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수진 제로인 연구원은 “먼저 새로운 투자처를 정해놓고 환매하라”고 조언한다. 환매는 투자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관점이다.

이 연구원은 "무작정 환매에 나서면 그간 투자한 돈뿐 아니라 시간마저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남들 따라 분위기에 휩쓸려 환매하는 것이 아닌, 손실 폭이 큰 펀드나 특정 분야에 집중된 펀드를 조정하는 차원에서 펀드 환매를 검토하라"고 조언했다.

◆ 못난이펀드부터 솎아내라

A펀드 30%

B펀드 15%

C펀드 0%

D펀드 -10%

E펀드 -40%

나현명 씨의 펀드 포트폴리오에는 현재 위와 같은 수익률을 보이는 5개의 펀드가 들어있다고 치자. 이중 펀드 2개를 솎아내야 한다면 과연 어느 것부터 환매하는 게 좋을까.

십중팔구 수익이 난 A펀드와 B펀드를 우선 환매대상에 올려놓기 십상이다. '수익이 난 펀드부터 이익을 실현하고 마이너스 상태인 펀드는 좀 더 기다려보자'는 심산이다.

이에 대해 이관석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부장은 "지금까지의 수익률보다 앞으로의 전망을 먼저 고려하라"고 말했다. A펀드와 B펀드가 지금까지 잘 달려왔고 앞으로도 잘 달릴 가능성이 많다면 이를 환매 대상에서 우선 제외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설명.

마이너스 수익률을 확정한다는 것이 속은 쓰리지만 '못난이펀드'부터 정리해 '효자펀드'에 힘을 실어주는 게 향후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관석 신한은행 부부장은 "펀드 환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거꾸로 지금 펀드에 가입할 경우 어떤 펀드를 선택할지, 어떤 펀드를 피하고 싶은 가를 생각해보라"면서 "앞으로 절대 가입하고 싶지 않은 펀드가 바로 환매 대상"이라고 말했다.

◆ "환매할 때는 시계를 보라"

'오후 3시 이전인가, 이후인가.'

국내 주식형펀드를 환매할 경우에는 오후 3시라는 시간에 유의해야 한다.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9월15일 코스피의 종가는 1653이었다. 만일 이날 오후 3시 이전에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를 신청했다면 1653을 기준으로 환매가 된다.

그러나 오후 3시를 넘겼다면? 15일의 종가가 아닌 다음날인 16일의 종가를 기준으로 수익률이 결정된다. 다행히 다음날의 코스피가 오히려 상승할 경우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환매 신청 다음날의 증시가 폭락하면 돌려받는 금액이 대폭 깎일 수 있는 것이다.

투자금액이 똑같더라도 이처럼 언제 환매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긴급 자금을 위해 펀드를 환매하는 것이라면 환매 기간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

은행의 예ㆍ적금은 해약하면 즉시 돈을 찾을 수 있지만 펀드는 환매 신청 후 최소 3~4일은 있어야 돈을 찾을 수 있다. 일부 해외펀드 등은 10일 이상이 지나야 돈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당장 꼭 필요한 돈을 목적으로 펀드를 환매하고도 필요할 때 돈을 받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낭패를 피하려면 펀드마다 상이한 환매기간을 미리 확인하고 환매를 신청해야 한다.

◆ 가입 90일 미만, 환매수수료 유의

A펀드 10%

B펀드 10%

C펀드 -10%

D펀드 -10%

지난여름 4개의 펀드에 각각 1000만원씩 투자한 허똑똑 씨가 급한 사정으로 펀드를 환매하게 됐다. 언뜻 보면 '본전'은 건진 듯 하다. 그러나 그간 투자한 시간의 손실 외에도 허씨는 마이너스 수익을 손에 쥘 가능성이 높다. 왜?

환매 수수료 때문이다. 통상 가입 후 90일이 지나기 전에 환매할 경우엔 이익금의 30~70%를 수수료로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일 A펀드와 B펀드가 가입한 지 90일이 지나지 않았고, '90일 미만 중도환매 시 환매수수료는 이익금의 70%'라는 조건이 있는 펀드였다면, A펀드와 B펀드는 각 10%가 아닌 3%의 수익률만 받을 수 있는 셈. 따라서 펀드 환매를 결정할 때 수수료 부분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이관석 부부장은 "펀드를 환매할 때 무조건 펀드 전체 해지가 아니라 환매 수수료 부과 기한이 지난 투자액에 대해서 일부 환매를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금에 대한 확인도 필수다. 국내펀드의 경우 펀드 수익 중 주식매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일부 채권투자로 인한 수익 등은 과세소득으로 계산된다. 해외펀드의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오는 12월31일 종료된다.

따라서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는 해외펀드 투자자의 경우 환매의 유혹을 더욱 강하게 받기 쉽다. 하지만 이 또한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일단 자제해야 한다. 내년에 해외펀드에서 이익이 나더라도 2010년 이전에 이미 손실을 입은 부분이 있다면 손실은 제하고 나서 과세된다.

오온수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 수석연구원은 "최근 신흥국을 필두로 해서 선진국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으므로 서둘러 환매하기보다는 수익률이 회복되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 소득이 큰 투자자일 경우에는 2년에 걸쳐 분할 환매가 추천된다. 연간 단위로 따지고 있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이 될 수 있는 경우 펀드 수익을 한꺼번에 찾지 않고 2년에 걸쳐 분할 환매해 소득금액을 분산시키는 것도 이익을 극대화하는 요령이다.

☞ <못난이펀드와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 네 가지>

1. 새로운 구애 대상을 찾은 뒤 이별(환매)하라.

2. 못난이(펀드)라면 옛 정에 얽매이지 마라.

3. 이별의 시간(오후 3시, 환매기간)을 따져라.

3. 위자료(환매 수수료, 세금)가 있는지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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