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프라 잘 닦아 서민 부담 낮춘다"

"금융인프라 잘 닦아 서민 부담 낮춘다"

대담=정희경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정리=오수현 기자
2009.09.28 10:41

[머투초대석]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

정확한 개인신용정보 제공해 불이익 없게… 내년 매출 1조 기대

아시아기업 신용평가와 함께 그룹사업 패키지로 해외시장 진출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된 지난해 10월 영국계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2009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 직후 국내 한 신용평가회사는 "한국의 위기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피치의 전망을 정면 반박했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데다 환율 상승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한국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회복됐고, 올해 경상수지도 3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피치에 정면 대응한 곳은 국내 최대 금융인프라 회사인 나이스그룹의 한신정평가다.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은 국내와 아시아 시장에 적합한 서비스를 개발해 아시아 제1의 금융인프라 회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사진=홍봉진 기자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은 국내와 아시아 시장에 적합한 서비스를 개발해 아시아 제1의 금융인프라 회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사진=홍봉진 기자

나이스그룹은 신용평가 외에도 개인크레디트뷰로(CB), 채권평가, 금융자동화기기(ATM·CD), 신용카드 부가가치통신망(VAN·밴), 리서치사업 등 각종 금융인프라 서비스를 수행한다. '아시아 제1의 금융인프라 회사'를 기치로 금융위기에도 사세가 커지는 나이스그룹 김광수 회장을 만나 금융인프라산업의 전망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일반인에겐 '금융인프라' 개념이 다소 낯설어 보입니다. 국민의 실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길, 전기, 수도 같은 사회인프라의 혜택을 온 국민이 누리는 것처럼 금융인프라도 잘 닦아놓으면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국민들은 실생활에서 금융인프라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누리고 있습니다. CB업체가 축적하는 개인신용정보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금리 수준을 결정합니다. 또 신용카드가 다방면으로 활용된 데는 밴사의 결제프로세싱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금융인프라산업의 발전은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위기에 견딜 수 있는 탄탄한 체력을 구축하는데 일조한다고 봅니다.

―사회적인 책임도 느끼신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네 그렇습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보다 정밀한 개인신용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겁니다. 그래서 특히 서민들의 금융코스트를 낮추도록 해야 합니다. 국내 CB업체들의 기술력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우량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는 탓에 양질의 신용정보를 생산하는데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CB사는 연체기록 등 부정적인 정보를 위주로 CB등급을 산정하고 있어 과거에 연체를 한 고객들은 이후 금융기관들을 이용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이들 고객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죠. 결국 우량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신용등급을 제대로 산정하지 못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확한 신용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나이스그룹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신용정보사들은 금융산업에서 '자'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기준이 서로 다른 자가 여러 개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결국 모든 자는 그 가치를 잃게 될 겁니다. 정보도 마찬가지예요. 각기 다른 평가기준으로 생산된 정보들은 서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합니다. 다양한 정보재료를 한데 모아 이를 통일되고 엄격한 평가기준을 통해 고급정보로 재생산해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정보의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한국신용평가정보(16,110원 ▼770 -4.56%)인수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하게 됐습니다.

―나이스그룹은 실적으로 보면 금융위기의 무풍지대에 있었군요.

▶2007년 나이스그룹을 출범한 후 기업 신용평가사인 한신정평가와 리서치업체 나이스알앤씨, 현금물류업무를 담당하는 나이스CMS를 각각 분사해 각 사업체가 개별 역량을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한신평정보를 인수해 CB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이같은 일련의 전략이 성공을 거두며 금융위기 속에서도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비금융 포함)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0.2%와 16.3% 성장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는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제1의 금융인프라 회사를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우선 국내시장은 어떤가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신용평가 대상이 확대됐습니다. 관련 법률도 개정된 덕분에 평가대상이 펀드, 병원채, 학교채, 지방채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따라서 신용평가 활성화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만 이뤄지면 금융인프라산업의 성장세에 탄력이 더해질 것으로 봅니다. 나이스그룹은 그간 균형있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데다 탁월한 정보기술(IT) 역량을 갖추고 업계 내 확고한 평판을 다져온 만큼 인프라산업 발전에 발맞춰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        / 사진=홍봉진 기자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 / 사진=홍봉진 기자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한국 분석보고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라 하더라도 모든 나라에 정확한 진단을 내놓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로컬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이 주목받게 된 게 사실입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앞으로 신용평가시장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대 로컬 신용평가사의 구도로 재편될 것입니다. 서구 신용평가사들의 일방적 신용평가에 대한 비서구 국가 기업들의 불만이 상당한 탓입니다.

이에 따라 한신정평가는 일본 최대 신용평가사인 알앤아이(R&I) 및 중국 다공(大公)과 공조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다음달엔 서울에서 공동 세미나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같은 협조체계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 아시아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아시아 신용평가사들이 매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도 가능할까요.

▶현 상황에선 힘에 부치는 게 사실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과 레퓨테이션(평판) 격차가 큽니다. 아시아 신용평가사들과 이에 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으나 성급히 대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토종 신용평가사들이 손을 잡은 만큼 장기적으로 볼 때 진전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시아시장 진출을 모색하는데, 준비는 어떻습니까.

▶현재 아시아 금융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금융인프라 구축은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아시아 신흥시장에서도 금융인프라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나이스그룹은 신용카드밴, ATM·CD, 신용평가, 채권시가평가 사업을 패키지로 진출하는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아울러 국내 금융기관과 동반 진출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아시아시장 진출이 활발한 만큼 나이스그룹이 아시아국가 내 개인신용정보와 기업평가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면 해당 국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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