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정주와 정주영 그리고 두바이의 모하메드

[광화문]서정주와 정주영 그리고 두바이의 모하메드

방형국 편집위원
2009.12.02 10:14

불과 100년 전 3000명 남짓한 인구가 물고기 잡이로 연명하던 ‘불모지’ 두바이를 상주인구 120만명, 연 800만명의 세계인이 찾는 국제도시로 개조한 것은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이다.

그는 ‘중동의 허브’에 외국기업과 해외투자,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일념으로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전개, ‘사막의 기적’, ‘두바이의 천지개벽’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두바이가 국가개조에 나선 것은 ‘석유자원의 고갈’이라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이웃한 토후국과 달리 석유자원이 없다는 절실함이 두바이로 하여금 유럽-아프리카-중동-서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금융과 물류의 허브로, 관광과 의료, 지식기반산업의 메카로 국가를 개조케 한 것이다.

두바이가 `중동의 허브'를 지향하며 국가 리메델링에 나선 것은 ‘개발’이 아닌 국가 전체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국가존립의 해법을 찾는 눈물겨운 투혼이었다.

두바이가 자본주의를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은 인도 등 서남아 및 아프리카 등지로 물자를 수출하기 위한 중개무역항이 절실했다.

영국은 중개무역항을 두바이 바로 옆에 있는 토후국 `샤자르'(Shajarh)에 지으려 했다. 하지만 샤자르 왕실은 영국의 제의가 탐탁지 않았다. 중개무역항을 건설하면 `술과 매춘, 도박'이 따라 들어와 이슬람의 근본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것이다.

샤자르 왕실이 차마 거절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는 틈을 당시 인근의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라쉬드가 비집고 들어간다. 그는 영국으로 날아가 중개무역항을 두바이에 짓겠다고 영국관리들을 설득한다. 결국 그는 영국으로부터 1700만파운드, 현재 가치로 환산해도 308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외자를 유치해 두바이항구를 건설했다.

두바이가 자본주의를 앞세워 중동의 허브로서 내딛은 첫 걸음인 셈이다. 아버지 라쉬드가 국가생존을 위한 첫 단추를 꿰고, 아들 모하메드가 거대한 국가개조에 나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두바이의 국가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사막의 기적’이라는 칭송과 함께 ‘사막의 신기루’라는 또 다른 말을 들어야 했다. 선만 그으면 땅값이 치솟고, 말뚝만 박아도 아파트와 오피스 가격이 2,3배씩 뛰면서 무분별한 개발과 투자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자본도 대거 유입됐다.

또한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버블이 켜켜이 쌓인 부동산시장 등으로 인해 두바이는 ‘중도의 허브’로 가다가 ‘중동 금융시장의 탄약고’로 이탈했고, 지난해 10월 미국발(發) 금융유기에 빠져들면서 “두바이는?”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두바이의 디폴트는 사실상 시간문제시 됐었다.

외신에 따르면 디폴트 선언 이후 두바이의 수많은 공사현장이 올스톱됐고, 외국인들이 버리고 간 고급 승용차들이 주차장은 물론 주택가, 일반도로에도 널려있다고 한다.

두바이가 이제 정적의 도시, 시간이 멈춰선 도시가 됐지만 그것이 모래 위에 지어진 ‘사상누각’이어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 비록 호된 좌절은 겪고 있지만 두바이에는 주변의 아랍국가에 없는 것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유능하고, 성실한 리더십이다. 이 리더십이 바다에서 물고기 잡이로 겨우 연명하던 두바이를 세계의 두바이로 일으킨 것이다. 이 리더십은 지금의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헤쳐 나가 두바이의 ‘두바이의 천지개벽’에 ‘기적’이라는 꽃을 활짝 피울 것으로 믿는다.

두바이의 지도자 모하메드에게 미당 서정주 선생의 시 ‘국화 옆에서’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실패는 있으나 좌절은 없다’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중략).”

‘기적’이라는 꽃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무서리가 내리치는 척박한 환경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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