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천연기념물 된 '비관론자'

[기자수첩]천연기념물 된 '비관론자'

유윤정 기자
2010.01.13 09:30

또 한명의 대표적인 증시 비관론자가 두 손을 들었다.

우리자산운용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긴 김학주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생각 없이 운용에만 전념하면 되니 자유로워졌다고 털어놨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훌훌 털고 일어난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그 홀가분함의 밑바닥에는 깊은 회한이 깔려 있는 듯 했던 것은 기자만의 느낌이었을까.

기자가 지켜본 그는 처음부터 비관론자는 아니었다. 증시의 흐름과 펜더멘탈에 입각해 ‘거품’을 경고했을 뿐이었다. 비관론자로 부각되다보니 방향을 선회하기 어려웠을 터이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하다 최근 국내 증권사로 옮겨 온 한 임원은 다양한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국내 증권시장에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시장도, 언론도 마녀사냥하듯 비관론자를 못살게 군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얼마전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를 '세계를 만들어낸 스타 50인'으로 꼽기도 했다.

우리나라 비관론자들은 맞으면 '스타' 틀리면 '죽일 놈'이 되고 만다.

증권사 경영진도 주요 고객인 상장기업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개인고객 영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김센터장이 떠나면서 한국 증시에서는 비관론자가 거의 천연 기념물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비관론이 사라진 시장은 앞날이 밝지 못하다는게 증시의 역설이다.

모든 사람이 증시 활황을 뜻하는 ‘불(bull)'을 외칠 때 그 시장은 바로 ’꼭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장밋빛 전망만 철썩같이 믿었던 개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비관론자들 안타깝죠. 제가 기자들과 접촉을 끊을 때면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게됐다는 신호입니다. 저는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게 돼도 절대 입밖에 내지 않을 겁니다”라는 어느 낙관론자의 말이 씁쓸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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