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자산재평가 '화장발' 속지마세요

코스닥, 자산재평가 '화장발' 속지마세요

김동하 기자
2010.01.18 09:44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자본잠식·상폐 모면하는 '임시방편'

[편집자주] 코스닥은 블루오션입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많은 우량기업들이 역동치는 곳입니다. 반면 코스닥은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실적과 펀더멘털 등을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하지만, 루머와 역정보가 난무하는 냉혹한 곳이죠. 한국의 미래와 대박의 기회가 담긴 블루오션. 그러나 쉽게 뛰어들었다가는 쪽박 차기 쉬운 코스닥의 숨겨진 얘기, 때론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내년부터 국제 회계기준(IFRS)이 전면 도입되면서 지난해부터 많은 기업들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도입 초기에는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는 기업마다 주가가 폭등하면서 ‘자산재평가 테마’라는 신종 테마주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한국 증시에서 회계는 ‘취득 원가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묵은 기업자산들의 장부가치를 시가로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자산재평가는 많은 기업들의 호응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부동산 불패’가 신화로 자리잡은 나라에서 토지와 건물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이 매년 80년대 가격으로 자산가치가 반영된 사업보고서를 내놓는 일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자산가치는 몇 배, 아니 수십배가 올라있을 테니까요.

IFRS는 기본적으로 현재 시장에서 평가되고 있는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시가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가주의가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로 시가주의가 가장 유행했던 시점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직전이었습니다. 시가주의의 유행은 주식시장의 버블을 불렀고, 대공황을 겪은 후에야 취득원가로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보수적인 방식이 주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IMF외환위기와 IT버블을 겪고 난 지난 1998년 이후로는 보수적인 ‘취득원가주의’를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했고, 자산재평가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후약 10년만에 자산재평가가 재탄생한 겁니다.

또 한 가지 짚어볼 점은 자산재평가가 한계기업들의 수명을 늘리는 데 적극 활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편에서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로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을 퇴출시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자산재평가로 퇴출을 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겁니다.

자산재평가의 가치 증가액은 즉시 자본잠식을 면할 수 있게 해주는 '요술방망이'가 됩니다. 자산재평가로 자산가치가 증가할 경우 이를 자본항목인 기타포괄손익에 넣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감소할 경우에는 당기순손실로 잡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평가 결과 자산가치가 증가할 경우, 즉각 재무제표에 반영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겁니다.

자산재평가는 모든 기업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필요한 기업만 하는거죠. 이 때문에 퇴출을 면하기 위해 한계기업들이 즐겨 사용하곤 합니다. 굳이 증자를 하지 않아도 자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토지와 건물을 구분해 다른 평가방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토지만을 재평가하고, 건물은 원가방식 그대로 둡니다. 평가주기도 기업 선택에 따라 1년, 3년, 혹은 5년 주기로 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코스닥 기업들의 자산재평가는 줄을 이었습니다. 하반기에만 총 76건의 자산재평가가 있었는데, 이중 53건이 4분기 이후 이뤄졌고, 12월에만 31건이 몰렸습니다.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기업 중원일특강(9,120원 ▲300 +3.4%)제일제강(521원 0%),풍경정화는 시가총액이 200억원 미만이고,PN풍년(4,205원 ▼40 -0.94%)과유퍼트는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종목들이었습니다.

'희대의 작전주'로 불렸던 마스타테크론과 LJL에너지가 전신인이롬텍은 2009년 11월 경기도 용인의 토지와 건물자산을 재평가한 결과 56억7000만원으로 차익만 37억원이 생겼다고 공시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시가총액 40억원 미만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지난 주말 횡령혐의에도 휘말리며 시가총액은 18억원에 마감했습니다.

저평가돼 있던 알짜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한계기업이 시장과 투자자를 일시적으로 속이는 '화장발'로 악용하는 것인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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