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감자이야기 <下>
우회상장, 머니게임의 주된 수단
감자는 또 우회상장 혹은 작전의 주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첫 단계로 감자를 실시함으로써 기존주주와 개미들을 털어내고, '헐값'에 주식을 끌어모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감자로 주식 수가 줄어들면 유통되는 주식이 급격이 줄기 때문에 주가는 약간의 매수세만 있으면 쉽게 올릴 수 있습니다.
재무구조가 안 좋은 회사가 일단 감자 등 악재를 내놓은 뒤 물량을 끌어 모으고, 주식 수를 줄인 뒤 호재를 내놓으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거죠. 특히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감자 후 호재'는 주가를 올려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머니게임을 하는 기업사냥꾼들은 개미투자자들은 걸림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특히 우회상장기업들 대부분이 감자 후에 주가가 하락하면 물량을 대거 사들인 뒤 호재를 내서 주가를 올립니다"
가장 맛있는 유상감자
증시에서 일컫는 감자(減資)는 대부분 아무런 보상 없이 치러지는 무상감자를 말합니다. 하지만 자본금과 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주당 보상액을 지급하는 유상감자도 종종 있습니다.
유상감자는 기업에서 감자를 할 때 주주들에게 보유한 주식 가액의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보상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자본금을 줄여 주주들이 나눠갖는거죠. 지분 비율대로 이익을 보상받고, 주식물량이 줄면서 보유주식의 상대적인 가치도 높아지니까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입김이 센 대주주가 회사 이익을 빼가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투기자본이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편으로 악명이 높죠.
실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브릿지 증권을 인수했던 영국출신의 BIH(브릿지 인베스트먼트 라부안 홀딩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닷컴 버블'로 호황을 맞았고, 99년 브릿지 합병 전신인 대유증권은 839억원의 흑자를 냈습니다. 그러자 BIH는 주식액면가의 70%인 주당 700원의 고배당으로 204억원을 빼내갔고, 이후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금 전부를 회수해 갔습니다.
또 투기자본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론스타가 있죠. 미국 텍사스주(州)에 본사를 둔 이 펀드는 2003년 극동건설을 1700억원에 인수한 후 각종 우량 자산 등을 팔고 유상감자와 배당으로 2200억원을 회수했습니다. 이후 2008년 웅진홀딩스에 6600억원에 매각함으로써 막대한 차익을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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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주)쌍용의 지분 75%를 인수한 모건스탠리도 52.6% 비율의 유상감자를 통해 지배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수금 678억 원의 30%에 해당하는 203억 원을 회수했습니다.
이밖에 대한통운, SG글로벌,신한 등이 유상감자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또 코스피 기업인 한국전기초자는 지난 9월 11일 이른바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지드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주당 5만원의 유상감자를 주주제안해 이 회사 주가가 급등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12월 21일 임시주주총에서 최대주주인 아사히글라스 측의 반대로 유상감자가 무산되자 주가는 다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주주의 입김이 코스닥에서는 잘 먹히지 않기 때문일까요. 이렇게 '감자 중 가장 맛있는 유상감자'가 코스닥 시장에서는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있더라도 주로 비상장 자회사를 유상감자해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2006년 4월동화홀딩스(10,070원 ▲460 +4.79%)는 자회사인 대성목재공업의 유상감자를 통해 100억원을 받아간 적이 있습니다.
또다음(48,200원 ▲1,300 +2.77%)커뮤니케이션은 1997년 11월 가수 박진영씨가 활약중인 JPY엔터테인먼트에 초기투자했고, 2005년말까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2006년초 65억원에 유상감자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또 지난 2006년 에스피컴텍의 경우 주당 1860원에 유상감자를 실시한 뒤 돌연 상장폐지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