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기업, 사채로 만신창이 됐던 사연

세계 1위기업, 사채로 만신창이 됐던 사연

김동하 기자
2010.01.11 09:30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파워로직스, 횡령·내홍으로 한때 퇴출위기까지

[편집자주] 코스닥은 블루오션입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많은 우량기업들이 역동치는 곳입니다. 반면 코스닥은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실적과 펀더멘털 등을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하지만, 루머와 역정보가 난무하는 냉혹한 곳이죠. 한국의 미래와 대박의 기회가 담긴 블루오션. 그러나 쉽게 뛰어들었다가는 쪽박 차기 쉬운 코스닥의 숨겨진 얘기, 때론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파워로직스(4,915원 ▲30 +0.61%)라는 코스닥 상장사가 있습니다. 배터리 보호회로(PCM) 부문에서 일본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뒤 세계 1위로 올라선 회사죠. 세계시장점유율은 30%에 육박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2차전지 시장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보호회로의 ‘원조’격인 일본 산요(Sanyo)에도 납품에 성공하면서 성장성은 더욱 크게 부각됐습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전. 이 회사는 '사채'자금의 횡포에 휘말리면서 지독한 내홍과 상장폐지의 위기를 겪어야했습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였던 이명구 회장은 사채의 덫에 걸려 대표이사직과 지분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파워로직스는 2008년 89억원에 달하는 통화파생상품 키코(KIKO)손실을 입었고, 원가부담마저 겹치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렸습니다.

이 회장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외부에서 고용범, 김조환, 이원범 등 3인의 이사를 영입해 신규사업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의사, 외국계기업 임원 출신의 이들 '3인방'은 지난해 3월 파워로직스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습니다.

파워로직스 전 직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들 3인방과 공동경영을 하되,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약 50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회장은 50억원 중 먼저 13억원을 받으면서 담보로 백지어음을 발행해 줬습니다. 이후 24억원을 추가로 받으면서 자신의 소유주식을 이들에게 맡겼습니다. 그러나 '백지어음'과 '주식대여'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 직원은 ‘문방구 어음에 법인도장을 찍어주면서 백지어음을 맡긴 꼴’이라고 묘사했습니다.

3인방은 이 회장 주식 36억원을 받으면서 법무법인에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해놓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치돼 있어야할 이 회장의 지분 170만주는 모두 사채시장에 넘겨져 장내에서 팔렸습니다. 3인방이 사채자금을 빌려 ‘무자본’으로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다 반대매매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과 3인방의 공동경영은 깨졌습니다. 이 회장의 보유주식 중 172만6100주는 이들에 의해 '주권 피사취'로 편취됐습니다. 237만6100주(18.15%)였던 이 회장 지분은 65만주(4.96%)로 줄어들었고, 이후 임원에서도 물러났습니다.

이 회장은 37억원을 받으면서 2009년말 현재 시가총액 2000억원을 넘는 회사의 지분 13%이상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회장은 뒤늦게 법무법인에 주식을 예치한 사실을 근거로 수사기관에 신고했지만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 파워로직스 감사는 이 회장을 배임·횡령·유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회장과 3인방은 각종 횡령 등 숱한 송사에 휘말렸고 회사는 내홍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후 대만의 LCD 장비 부품업체 GMS(Global Material Science) 의 대표로 있던 김문환씨가 최대주주로 등장했지만, 직원들의 집단사퇴 등 파문은 계속됐습니다. 결국 파워로직스는 다음달인 8월 탑엔지니어링이라는 LCD장비회사에 또 다시 인수됐습니다.

'세계시장 1위'의 파워로직스는 사채자금의 압박으로 지난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기까지도 했습니다. 회사의 대주주는 이 회장에서 이사 3인방으로, 김문환씨로, 탑엔지니어링으로 수차례 변경됐고, 심각한 내홍 속에서 회사 직원들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자금난을 겪을 때 어떤 자금을 받느냐 하는 경영진의 판단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경영권프리미엄을 받으면서 백지어음을 끊어주는 경영자를 만나는 일은 주주나 직원 모두에게 잔혹한 일인 것 같습니다.

좋은 경영자는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구하지만, 나쁜 경영자는 회사를 더욱 벼랑끝으로 내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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