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울리는 '부실' 시그널

10월에 울리는 '부실' 시그널

김동하 기자
2009.12.28 07:43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감자 이야기 <上>

[편집자주] 코스닥은 블루오션입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많은 우량기업들이 역동치는 곳입니다. 반면 코스닥은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실적과 펀더멘털 등을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하지만, 루머와 역정보가 난무하는 냉혹한 곳이죠. 한국의 미래와 대박의 기회가 담긴 블루오션. 그러나 쉽게 뛰어들었다가는 쪽박 차기 쉬운 코스닥의 숨겨진 얘기, 때론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자(減資)란 기업이 자본(資本金)을 감소(減少)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감자가 이뤄지면 주가에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감자는 주로 회사 재산이 손실에 의해 자본금 이하로 밑돌 때 감자차익으로 결손금을 털어내기 위해 행해집니다. 회사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자, 아무런 보상 없이 치러지는 탓에 주주가치는 추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코스닥 부실기업들은 연말 결산에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감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특히 결산에 맞춰 회계상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감자가 10월에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자를 완료하려면 약 2개월 가량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 4분기. 코스닥시장에서는 총 51개 기업이 감자를 진행했습니다. 예년보다 3배 가까이 많아진 숫자였죠. 10대 1감자는 예사였고 30대1감자까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자본금을 줄이면서까지 살아 남으려 노력했던 51개사 중 13개의 코스닥 업체들이 퇴출됐습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포함한 코스닥 시장의 ‘정화’노력으로, 자본금을 일방적으로 깎으며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상당수 회사가 퇴출된 겁니다. 물론 퇴출은 주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혔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전례를 가진 기업은 증시에서 사라졌습니다.

한 예로 신명비엔에프라는 회사의 주주들은 지난해말 30주가 1주로 줄어드는 낭패를 봐야했습니다. 케이디세코라는 이름으로 바꾼 이 회사는 심지어 상장퇴출요건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지만, 결국 2년 연속 자본잠식 50% 이상으로 올해 4월 상장폐지되고 말았습니다.

분식회계까지 한 경영진은 검찰고발을 당했고, 감사를 맡았던 화인경영회계법인은 지난해 이 회사가 재감사를 통해 상장폐지위기에서 탈출한 것을 묵인·방조했다는 이유로 6개월 업무정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4분기 이후에는 16개 코스닥사가 감자를 결정했습니다. 지난해에 비하면 1/3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숫자죠.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강화되면서 자본금을 줄여 자본잠식만 면하면 퇴출을 모면하던 시기는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감자 후 유증. 두 번 뒤통수 맞는 주주들

문제의 기업들은 감자를 한 후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를 합니다. 사업을 벌이자니 다시 자본금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표적 악재로 여겨지는 '감자'발표 뒤에는 각종 테마로 무장한 호재가 따라붙습니다. 추락하는 주가를 잡으려는 '순수한'의도도 물론 있겠지만, 기업을 인수한 세력이 '머니게임'용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자본감소는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상법에서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통하여 시행하고, 자본감소의 방법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주주총회만 통과하면 대부분 주주들은 두 번 뒤통수를 맞게 됩니다. 감자로 맞은 것도 얼얼한데, 유상증자로 또 한 번 뒷머리를 강타당하는 거죠.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감자 후 유증 과정에서 제 3자 배정을 하면서 보통 할인된 가격에 배정을 하기 때문에 나머지 주주들에게는 피해가 배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감자 후 호재, 그리고 유상증자의 전형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코스닥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치열했던 지난해. 삼협글로벌은 6월 대주주 변경 후 4일만에 20대1감자를 발표했습니다. 이어 7월에는 LED업체인 대방포스텍 지분 45%를 취득한 뒤 22일 100%인수를 선언했고, 다음날인 23일 20억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주가는 8일 호재발표 이후로 9번의 상한가 행진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결국 프로비타로 사명을 바꾼 뒤 올해 하반기에 상장이 폐지됐습니다.

지난해 4월 최대주주가 바뀐 포이보스는 6월 감자를 결정한 뒤 20일 후 캄보디아 카지노사를 인수하는 호재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포이보스 역시 올해 상반기 퇴출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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