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불켜진 창-24의 유혹/ 안산시청 25시 서비스
지난해 11월 안산시청에 사과 한상자가 배달됐다. 발신지는 서울이었다. 상자에는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의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안산시가 24시간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원더풀 25시 시청’에 대한 응원 메시지였다.
안산시는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24시간 행정 서비스를 확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시청에서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365일 잠들지 않는 행정’을 표방한 서비스다.
반응은 오히려 타지에서 더 뜨겁다. 당장 급한 민원서류 발급을 위해 먼 길 마다치 않고 오는 만큼 급박한 상황에서 24시간 행정서비스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주로 서울이나 대전 시민들이 야간 행정의 단골 고객이다. 심지어 부산이나 목포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조금 전에도 대전에서 한 분이 오셨다 가셨어요." 새벽 1시를 가리키는 시각, 야간 민원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성 원더풀 25시 시청 2팀장의 말이다.
이 팀장에 따르면 얼마 전에는 한 교회 목사가 밤 11시쯤 찾아와 여권발급을 신청하면서 감사하다며 피자 4판을 돌린 일도 있었다. 10명의 직원이 음식을 모두 먹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
안산시 수기공모전 ‘부엉이가 들려주는 감동의 멜로디’에 올라온 사연 하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권미연 양은 시험 전날 저녁을 먹고 나서야 내일 수능을 볼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졌다. 책상에 있을 줄 알았던 주민등록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권양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임시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면 된다는 정보를 얻고 부리나케 안산시청으로 향했다. 덕분에 무사히 시험을 치른 권양은 25시 근무의 효용성을 몸소 느꼈다.
안산시 홈페이지에도 비슷한 사연이 올라와 있다. 서울 영등포에 사는 소모씨는 중요한 문제로 인감서류가 필요했는데 낮시간에 너무 바빠 발을 굴려야만 했다. 전자민원도 불통이었다. 언뜻 뉴스에서 안산시의 야간행정 서비스가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언제든지 발급받을 수 있다’는 대답을 듣고 그 길로 안산으로 달려와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야간 서비스는 컴퓨터 사용이 미숙한 중장년층이 주로 찾는다. 공단이 많은 안산시의 특성상 공단 근로자들도 야간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이다. 작업조 편성으로 근무 중 빠질 수 없었던 상황에서 야간 행정 서비스는 고마운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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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발급에 애를 먹거나 갑자기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안산시청을 찾는다. 그래도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하는 것보다 드라이브도 할 겸 직접 찾아오는 것이 다행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늦은 시간까지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가족관계등록부 등 연말정산서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늦은 시간 불 켜진 관공서다 보니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다. 지난 달 새벽 1시경 30대 남성이 만취 상태로 시청을 찾았다. 차도 끊기고 돈도 없어 무작정 불 켜진 관공서에 들어온 것. 시 관계자는 경찰의 협조를 얻어 차량으로 만취한 시민을 집까지 태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야간 근무자에게 판결을 요구하기도 한다. 택시기사와 술 취한 승객 간의 요금 문제다. 주로 시간할증제와 지역할증제 요금으로 시비가 발생한다. 이 경우 야간 근무자는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수사권도 없을뿐더러 괜히 한쪽 말이 옳다고 관여했다간 더 큰 싸움이 된다. 보통은 적당한 선에서 화해를 유도하고 그래도 정리가 안 되면 민원접수를 받아서 담당부서에 전달한다. 전천후 야간 도우미 역할도 25시 원더풀 시청의 업무인 셈이다.

◆한밤중에도 서비스는 계속된다
안산시는 행정 서비스 외에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방진료다. 평일에는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한방진료를 서비스한다.
한방진료는 시 관할 6개 대형 한방병원이 모두 참여했다. 보수를 받지 않는 자원봉사 성격이다. 원장이 직접 진료에 참여하다 보니 서비스 질도 뛰어나기로 소문났다. 두달 만에 800여명의 환자가 한방진료 서비스를 찾았다.
김제교 민원행정담당은 “치과와 안과 과목의 의사들과 마사지 시술자들도 자원봉사에 참여하겠다고 요청해오고 있지만 공간 부족으로 개설하지 못하는 상태”라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안산시는 한방진료와는 별도로 3월부터 25시 보건소도 운영한다. 25시 보건센터에서는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진이 대기하며 내과, 한방과, 치과, 물리치료 등의 진료를 하게 된다. 병원 응급실 수준이 아닌 만큼 간단한 진료가 아니라면 인근 종합병원으로 후송 조치한다.
김의숙 단원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은 "진료비가 500원에 불과해 야간 응급실을 이용하기 부담스러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근 약국들의 24시간 운영을 유도해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산시는 색다른 야간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김제교 민원행정담당은 "의료서비스 외에도 다른 건강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면서 “방과 후 학교 운영이나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택배 수령 서비스 등을 2월 초 2단계 사업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