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조회空시, 참고만 하세요

구멍 '숭숭' 조회空시, 참고만 하세요

김동하 기자
2010.01.25 07:45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기업엔 '꽃놀이패'… 의무사항·처벌 미흡

지난해 말 공모가 9000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한디오텍(13,160원 ▲2,450 +22.88%). 필기인식,전자사전 솔루션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스마트폰과 전자수혜주로 급격하게 부상하면서 주가가 3만원을 넘었습니다. 상장 40여일만에 주가가 3.6배나 오른거죠. 한국거래소(KRX)에서는 주가급등 이유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디오텍은 '사유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급등하던 디오텍 주가는 이틀간 4%넘게 하락했고, 이후 이틀간 다시 11%넘게 올랐습니다.

철도신호제어 시스템업체인대아티아이(4,045원 ▲25 +0.62%)도 주가가 올 들어 100%넘게 올랐습니다. 거래소는 주가급등에 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대아티아이는 "77억원 규모의 철도공사 프로젝트에 입찰했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77억원 수주여부로 시가총액이 1300억원 넘게 늘어난 이유를 판단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투자자라면 한국거래소가 요구하는 '조회공시'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조회공시의 답변이 정확한 정보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실제 조회공시 답변의 70~80%가 ‘사유 없다’는 답변이고, 그나마 답을 하더라도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검토중','미결정','협상중' 모두 비슷한 '부인(否認)'인의 답변이지만, 시장에 전달되는 이미지는 천차만별. 기업은 '꽃놀이패'처럼 치솟는 주가를 잠재우거나, 불씨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사유 없다'는 답변이 시장에 '역(逆)정보'를 전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해 8월 음식료 원재료 사업을 하는보락(1,185원 ▲8 +0.68%)은 LG그룹 후계자와 사돈을 맺는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8월말부터 1개월간 무려 4.7배나 급등했습니다.

시장에는 보락은 LG가(家)와 혼사를 맺는다는 소식이 파다했지만, 보락은 9월4일 조회공시 답변에서 '사유없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10%넘게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인 10일 LG그룹 측에서 결혼소식을 발표했고, 이후 주가는 7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달렸습니다.

지난해 9월말 헤파호프는 '최대주주 지분 반대매매'등의 소문이 돌면서 사흘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고, 거래소는 주가급락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습니다. 10월1일 오후 헤파호프는 '사유없다'고 답했고, 주가는 1일과 5일 7%가까이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5일 장 마감 후 헤파호프는 최대주주 박성수 대표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채권자가 임의로 처분해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공시했습니다.

조회공시가 혼선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먼저 기업들이 대답을 하도 싶어도 항목이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이사 횡령 검찰조사도 '사유없다'고 답할 수 있고, 헤파호프처럼 대주주 담보물량이 반대매매가 나와도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길게는 1개월만 지나면 번복할 수 있는 점도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제 '사유없다'고 답변한 뒤 주가급등락에 대해서는 15일, 풍문에 대해서는 1개월간만 변동사항을 신고하지 않으면 공시번복이나 위반이 아니기 때문이죠.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점도 주된 지적사항입니다. 실제 공시의무를 연간 두세 차례 위반해도 거래 하루 정지 빼고는 별 다른 불이익이 없고 최소 세네 번은 위반해야 관리종목에 지정됩니다.

시장참여자들은 조회공시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회공시를 주가 띄우기로 이용 하거나 허위로 답을 할 경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퇴출 등 강도 높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거죠.

미국의 경우, 2001년 재계 7위까지 올랐던 엔론이 분식공시 한번으로 소송을 당해 결국 도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시위반에 대한 처벌은 너무 관대하고, 조회공시제도는 이 같은 무책임한 답변을 부추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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