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초 한국거래소에서는 이철환 시장감시위원장 주재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불공정 매매 방지를 위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알고리즘 거래'와 '고빈도 거래(HFT)'를 통한 불공정 감시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최첨단 정보기술(IT)에 바탕을 둔 알고리즘 거래는 사전에 설계된 변수 및 조건을 고려해 주문시간과 수량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알고리즘을 통한 거래기법이다. 고빈도거래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사전에 짜여진 알고리즘대로 초단시간에 거래를 체결하는 기법이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이같은 신종 매매기법을 통해 발생할수 있는 불공정 매매 소지를 선제적으로 없애겠다는게 거래소의 `각오`였다.
그런데 지난 23일, 거래소는 '해외 신매매기법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통해 "해외거래소의 경우 알고리즘 거래, 고주파매매를 규제하기보다 오히려 장려하는 상황"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특히 HFT는 현재 불공정 관련 문제점이 없다"고 아예 단정지었다.
신종 IT기술을 동원한 거래기법 도입을 주시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던 거래소가 '감시'보다는 '장려'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에서는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이 사상 유례없는 유가증권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최첨단 무기'가 한몫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관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개인투자자들의 호가를 먼저 읽고 '1백만분의 1초'라도 먼저 주문을 낼수 있는 고주파매매 시스템은 불공정매매와 관련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세계 최강 인터넷 대국인 한국에서 언제 어느식의 최첨단 불공정 매매 형태로 발전할지 속단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가 '엄정한 감시'의지를 표명한지 한달도 안돼 "문제가 없다"는 결론으로 돌아선 것은 왜일까.
거래소의 발표 자료 가운데 "알고리즘 거래는...(중략)...거래소서버 임대료 등이 새로운 수익성으로..."라는 대목에 눈길이 멎는다. 고빈도 매매도 주식 거래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거래소의 수익과 직결된다.
공정한 시장관리와 투자자보호보다는 수익성을 잣대로 시장을 재단하는게 '사상 첫 민간 출신 이사장'을 맞은 한국거래소의 대변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