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대안학교가 대안될까

교육비, 대안학교가 대안될까

이정흔 기자
2010.06.14 10:12

[머니위크 커버]교육비 재테크/ 대안학교 학부모 3명의 조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가 끝나면 2~3군데 학원에 들렀다 녹초가 돼서 집으로 돌아오는 게 요즘의 당연한 풍경이다. '남보다 뒤쳐지면 안된다'는 불안감에 아이를 학원으로 등 떠밀어야 하는 부모들도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 그 많은 학원비를 감당하자니 허리가 휘는 것은 둘째 치고, 하루종일 공부에 치여 사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일은 많은 고민을 떠 안겨 준다.

억압적인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학교. 대안학교의 사전적 정의다. 하루종일 학교→학원→학원→집의 스케줄에 시달려야 하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생각하고 즐길 줄 아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대안학교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학교가 높은 사교육비와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대안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킨 학부모 3명의 이야기를 통해 학부모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짚어봤다.

◆대안교육 학비 부담, 초>중>고

대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윤정(가명) 씨는 두자녀를 모두 강원도 춘천에 있는 대안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 첫째인 딸아이는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수도권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다. 중학교때부터 대안학교로 입학한 둘째 아들은 대학진학을 목표로 공부 중이다.

박씨가 대안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에게 투자한 교육비는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박씨는 "대안학교지만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학교라 교육비는 정부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위해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매달 학비를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그래도 비용만 생각했을 때 일반 학교보다 훨씬 적게 들었다"고 덧붙인다. 강남구 논현동에 살고 있는 박씨는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만 해도 고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 학원비만 매달 몇 백만원씩 깨진다. 특히 강남쪽의 스타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으려면 정말 부르는 게 값이다"며 "굳이 비싼 과외를 찾지 않더라도 주변 시세 등을 따져보면 학원비 100만원이 넘어서는 건 보통이다"고 전했다.

중학교 1학년 큰아들을 전라남도 영광에 있는 대안중학교에 보내고 있는 김꽃님(가명) 씨 역시 매달 큰 아들 앞으로 80만원 정도의 교육비가 들어간다. 기숙사비 등 고정적으로 지불하는 학비와 특별 수업을 위한 강사 고용비, 지방에 있기 때문에 주말이면 필요한 차비 등이 포함된다. 김씨는 “일반 학교에 진학해도 학원 2~3군데는 기본으로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며 "그렇게 따지면 결국 아이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 두 아이를 강원도 춘천에 있는 대안초등학교에 보냈다가 최근 일반학교로 전학시킨 윤혜진(가명) 씨는 "초등학교의 경우 오히려 대안학교 학비가 더 비싸다"고 말한다.

과천에 사는 윤씨는 "처음에는 집 근처 대안학교를 알아봤는데 맞벌이를 하다보니 방과 후가 문제였다"며 "매달 학비로 30만~40만원 정도를 학교에 투자하고, 여기에 다시 방과 후 수업 비용이 들어가면 이중 부담이 될 것 같아 하루종일 아이들을 교육하는 기숙학교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매달 학비로 5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그나마 싼 편이다"며 "100만원 가까이 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윤씨는 "초등학생에게 매달 꼬박꼬박 50만~1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면 학비가 비싼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을 보면 중산층 이상이 많다"며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절대적인 학습량은 부족, 인성 교육에 방점

초등학교 4학년 한미영(가명) 양의 하루일과는 ‘놀이’에서 시작해서 ‘놀이’로 끝난다. 시험이라곤 쳐 본 적이 없다. 전라북도 지역의 깡촌(?)에 위치한 대안학교에 다니는 김 양이 하루종일 받는 수업 내용은 흙을 밟으며 뛰어 놀면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전부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나름의 교육관이 뚜렷하다. 대학진학이나 학벌에 대한 욕심을 애초에 버리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충청북도 제천에 위치한 간디학교의 경우 입학 때 ‘대학진학 포기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박윤정 씨는 “학교 수업 과정을 보면 국영수등 일반적인 과목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의 시간을 활용하는 데서 일반학교와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일반학교에서 국,영,수 보충을 하는 시간에 대안학교에서는 아이에게 자율 시간을 최대한 보장하고 프로젝트 등의 특별활동을 하거나 책을 읽고 토론수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다.

때문에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경우 절대적인 학습량에서는 일반학교의 학생들을 따라잡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

박씨는 "첫째 딸은 방학 때마다 학원을 보내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내가 보내지 않았다. 딸아이가 덕분에 많이 힘들어 했다"며 "대학진학은 하고 싶은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하더라. 그 힘든 과정을 혼자 견뎌내면서 많이 단단해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요즘에도 딸아이는 자기가 필요한 공부를 알아서 계획하고 혼자 다 해결하는 편이다. 적어도 캥거루 족은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둘째 아이는 방학 때 기초를 다지기 위해 학원에 보내기도 하고, 자기가 온라인 강의가 필요하다고 하면 비용을 대주기도 한다"며 "공부 계획은 스스로 짜고 부모는 그저 지켜보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꽃님 씨는 "처음 중학교 입학했을 때 선생님이 첫시험의 아이들 평균 성적이 50점일 거라고 말했다. 설마 그럴까 했는데 성적을 받아보니 진짜였다"고 말을 잇는다. 아직 어린 중학생들이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시간을 잘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는 "프로젝트 수업 등을 많이 하는데 아이가 여행을 가고 싶다면 예산을 짜는 것부터 보고서를 짜는 것까지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보통 2~3학년 이면 알아서 공부를 하게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윤혜진 씨는 "초등학생이라 학습에 대한 부담감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인성을 제대로 갖춰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한다.

최근 일반학교로 아이들을 옮긴 그는 "중학교를 가려면 검정고시를 보거나 일반학교 졸업을 해야 하는 데 이것도 아이들한테 물어서 결정했다. 처음 일반학교로 올 때 아이도 공포심이 컸다. 시험이라곤 쳐 본 적이 없고 영어는 배워본 적도 없으니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다"며 "처음에는 성적이 나빠 친구들한테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고민하더니, 요즘엔 잘 적응하고 있다. 아직 어리지만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자립심이 커진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

그는 "앞으로는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 더 중요해 질 것"이라며 "생각하는 법,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게 더 먼저다. 이는 단순히 돈으로는 비교가 안 되는 가치다"고 강조했다.

◆적지 않은 투자, 성공하려면? 부모가 가장 중요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려면 부모면접이 필요하다? 한사람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의 교육이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대안학교에 아이를 진학시킨 학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 뚜렷한 교육관도 아닌 ‘인내심’이다.

김꽃님 씨는 "아무리 뚜렷한 소신을 갖고 대안학교를 보냈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길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부모입장에서도 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얘기한다.

김씨는 "특히 대안학교는 비인가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중학교 아이들만 보더라도 대학진학 때문에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며 “그런데 그것도 비인가는 검정고시를 거쳐야 하고, 또 인가를 받은 학교라 하더라도 일반고등학교에서 성적을 인정해 주지 않는 등 진학과정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때문에 중학교 2학년쯤이 되면 포기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진다”며 “특히 아이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쉽지 않다. 아이의 성향을 잘 판단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부모들이 먼저 인내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씨는 “우리 학교만 하더라도 부모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학부모와 선생님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부모 면접 과정을 거쳐 학생을 받아들였다”며 “면접은부모들의 교육관을 점검한다기 보다는 우리 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 목표가 무엇인지, 부모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득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학교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도 집에서 뒷받침해 주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고 말한다.

윤씨는 “적지 않은 돈을 대안교육에 투자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몫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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