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고치고 뒷짐 진 외국계 증권사

[기자수첩]사고치고 뒷짐 진 외국계 증권사

여한구 기자
2010.07.01 10:57

얼마 전 증시에서는 아주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기아차에 대해서 발행주식 총수(3억9000만주)보다도 더 많은 매수 주문이 나온 것이다. 매수주문량은 무려 5억주였다. 부랴부랴 주문 기관이 주문취소를 내서 대부분은 회수가 됐지만 29만여주는 매수호가로 매매가 체결됐다.

5억주 매수 주체가 누군지를 놓고서 혼선이 이어진 끝에 어이없는 주문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씨티증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는 그나마 현재가보다 높은 매수주문이어서 충격이 덜했지만 만약 매도 주문이었다면 증시가 대혼란을 겪을 수도 있었다.

씨티증권증권측의 해명대로라면 씨티증권 홍콩지사에서 DMA(해외직접주문) 방식으로 주문을 내는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로 '0'을 4개 더 붙여 사단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계증권사인 씨티증권측의 태도다. 책임있는 금융시장의 일원으로 주식시장을 잠시나마 혼란에 빠뜨리게 했다면 그에 맞는 해명이 있어야 했지만 씨티증권측은 '모르쇠'로만 일관했다.

씨티증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팩트'가 우회경로를 통해 확인됐음에도 씨티증권측은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외면했다.

씨티증권은 그러면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는 찾아가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증권사는 한국 증시의 주요 구성원이 된지 오래지만 시장과의 소통에는 '담'을 쌓아왔다. 내부 정보 단속을 강조하는 외국기업의 특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보다는 '수익이 최고'라는 마인드가 앞서기 때문이 아닌가도 싶다. 실제로 외국계 금융기관은 금융시장 개방 이후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씨티증권측의 해명은 아직까지는 그야말로 자체 해명일 뿐이다.

감독당국은 씨티증권측의 주장처럼 단순 실수가 사실인지, 아니면 새로 급부상한 외국계 증권사의 '최첨단 매매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 후 필요하다면 매매시스템에 대한 제도보완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외국계라고 해서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룰'의 예외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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