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박문덕 회장 2세 우회해서 '2대주주' 등극

단독 하이트 박문덕 회장 2세 우회해서 '2대주주' 등극

원종태 기자
2010.07.22 16:48

-하이트홀딩스 2대주주 회사 오너2세 회사에 합병하는 방식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지난 3년6개월간 추진해 온 '오너 2세 지배구조 강화방안'을 최근 완결지었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분 매각과 주식 스왑, 유상증자, 기업 합병 등의 방법을 동원, 박 회장의 장남 태영 씨와 차남 재홍 씨 등 오너 2세가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룹은 이 과정에서 오너 2세들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하이트홀딩스의 2대주주로 등극시켰다.

이로써 오너 2세들은 그룹 장악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고, 그룹 후계구도도 명확해졌다.

◇하이트홀딩스 2대주주사를 오너2세 소유 회사에 합병시켜=22일 관련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의 장남 태영 씨와 차남 재홍 씨가 그룹의 지주회사인하이트홀딩스(8,980원 ▼10 -0.11%)지분율을 우회적으로 크게 높였다. 오너 2세라는 혈연관계를 떠나 지배구조 상으로도 그룹의 2ㆍ3인자 자리를 꿰찼다.

이는 최근 하이트홀딩스의 2대주주인 계열사 삼진인베스트를 서영이앤티(옛 삼진이엔지)에 흡수 합병 시킨 정황에서 확인된다. 이 합병은 특히 오너 2세인 태영ㆍ재홍 씨를 그룹의 핵심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의 실질적인 2대주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삼진인베스트는 하이트홀딩스 지분 24.66%(572만주)를 보유해 박문덕 회장(66.84%) 다음으로 하이트홀딩스의 2대 주주다. 이런 회사를 서영이앤티가 흡수 합병해 서영이앤티의 하이트홀딩스 지분율이 27.66%(641만주)로 크게 늘었다.

서영이앤티는 바로 오너 2세들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태영 씨가 지분 58.44%를 보유했고, 차남 재홍 씨는 지분 21.62%를 갖고 있다. 장차남의 지분율이 80%를 넘는 실질적인 '오너 2세'의 회사인 셈이다. 나머지 지분도 박문덕 회장(14.69%)과 박문효 씨(5.16%) 등 오너 일가가 거의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삼진인베스트를 서영이앤티에 흡수 합병시키면 오너 2세들은 박 회장에 이어 하이트홀딩스의 2대주주 지위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

이전까지 서영이앤티의 하이트홀딩스 보유 지분은 3%에 그쳤고, 오너 2세들도 직접 소유한 하이트홀딩스 지분이 없었다. 박 회장이 하이트홀딩스 최대주주(지분율29.49%, 684만주)인 것과 달리 그의 2세들은 그룹 장악의 관건인 하이트홀딩스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그러나 삼진인베스트를 서영이앤티에 흡수 합병시키며 오너 2세들은 단번에 그룹 지배구조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너 2세들이 장악하고 있는 서영이앤티가 하이트홀딩스의 2대주주가 된 만큼 오너 2세들의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한결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3년6개월 걸친 오너2세 지배구조 강화 '일단락'=오너 2세 지배구조 강화 작업은 3년6개월여에 걸쳐 치밀하게 이뤄졌다. 그 핵심에는 '하이스코트'라는 위스키 전문 계열사가 있다. 오너 2세 지배구조 강화 프로젝트의 출발은 2007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영ㆍ재홍 씨는 계열사인 삼진이엔지(현 서영이앤티) 주식을 각각 73%와 27%씩, 모두 100%를 매입한다.

2008년 2월, 박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하이스코트 지분(100%)을 액면가 5000원에 삼진이엔지에 모두 처분한다. 사실상 박 회장이 아들들에게 하이스코트를 무상으로 건네준 셈이다. 하이스코트는 당시 핵심 계열사인 하이트맥주 지분을 9.81% 갖고 있어, 이때부터 하이스코트는 오너 2세 지배주주 강화에서 결정적 역할을 맡는다.

2009년 1월, 하이스코트는 위스키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는 실질회사 하이스코트와 투자회사 삼진인베스트로 각각 분할된다. 이때 하이스코트가 보유한 하이트맥주 주식은 삼진인베스트로 몰아준다.

그룹은 2009년 7월에는 박문덕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을 대상으로 하이트맥주 주식을 하이트홀딩스로 바꿔주는 주식 스왑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다. 삼진인베스트도 여기에 참여해 최종적으로 하이트홀딩스 지분을 24.66%로 늘린다. 전신인 하이스코트 당시 하이트맥주 지분이 9.81%에 불과했지만 주식스왑과 유상증자로 삼진인베스트는 하이트홀딩스 2대 주주로 탈바꿈된다.

그리고 이번에 박 회장은 삼진인베스트를 서영이앤티(옛 삼진이엔지)에 전격 흡수 합병시키며, 아들들의 회사인 서영이앤티를 하이트홀딩스 2대 주주로 끌어올린다. 3년 6개월간 '삼진이엔지 지분 매입→하이스코트 지분 처분→하이스코트 기업 분할(하이스코트+삼진인베스트)→하이트맥주 대 하이트홀딩스 주식 스왑 및 유상증자(삼진인베스트 참여)→서영이앤티로 사명 변경→서영이앤티, 삼진인베스트 흡수합병'의 과정을 거치며 장·차남 회사를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회사로 등극시켰다.

이전에도 박 회장은 서영이앤티 전신인 삼진이엔지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2009년 1월 근대화유통을 삼진이엔지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근대화유통이 보유한 하이트홀딩스 주식(5만7377주)과 하이트맥주 주식(4만5449주)을 아들들에게 넘겨 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태영 씨와 재홍 씨는 당시 시가로 75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간접적으로 넘겨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진인베스트와 서영이앤티의 합병은 지주회사 주식 확대를 통한 오너 2세 지배구조 강화의 결정판"이라며 "지난해 매출액 2조115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주류그룹의 오너 2세 지배구조와 후계구도가 윤곽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하이트-진로그룹이 지난 2월 국세청으로부터 오너 일가 변칙증여 혐의로 38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상황에서 이번 지배구조 강화가 당국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이들 오너 2세의 경영 참여 여부도 관심거리다. 아직까지 30대 초반인 태영ㆍ재홍 씨는 직접적으로 그룹 경영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지배구조 강화를 계기로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그룹 경영에 뛰어들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