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기업을 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대기업을 한다는 것은

오동희 기자
2010.07.28 10:34

기업간 상생은 넘쳐야 차는 샴페인 탑인데, 대기업만 뭇매 맞는 '뱃머리 숙명'

"대기업은 뱃머리의 운명이다. 가장 먼저 비옥한 육지를 만난다는 이점은 있지만 육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늘 앞서 갖은 암초와 풍랑과 부딪쳐야 한다. 난관과 충돌해 부서지는 것도 뱃머리의 숙명이다."

"산업생태계는 샴페인탑과 같다. 윗잔이 차서 넘쳐야 아랫잔으로 샴페인이 흘러내려간다."

국내 대기업 A사장은 "한국에서 대기업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며 최근 대기업과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A사장은 늘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뱃머리 역할을 하는 대기업의 숙명이라며 '샴페인탑에 샴페인 붓기'처럼 현실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위에 있는 잔에 샴페인을 부어서 넘치면 그 아래 잔으로 샴페인이 흘러내려가고 그 다음 잔이 차면 그 아래로 내려가서 결국 맨 아래에 있는 잔까지 차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단 글로벌 대기업들이 수익을 내고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아야 협력업체도 생존하고 그 열매를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조차 외환위기 당시 자본잠식 상태까지 가면서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은 적이 있다. 이 위기가 현실화됐다면 하부구조의 생존도 불가능했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현재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애플이나 인텔, 일본 파나소닉이나 소니, 토요타 등 글로벌 톱 플레이어들과 '전쟁' 같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토요타의 위기도 방심에서 비롯됐다. 주요 기업들이 '위기경영'을 누차 강조하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

협력회사의 중요성은 그 누구보다 대기업들이 잘 알고 있다. 부품 하나의 잘못으로 글로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자동차 세계 1위 기업 '토요타 사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국내 대기업들에 최고의 우군이 국내의 튼튼한 협력사라는 것을 대기업들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중소 협력업체들에 대해 결제대금의 현금지급과 협력사 융자지원, 협력사 교육은 물론 협력사 자녀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는 게 중소·중견기업계 내부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한 중견기업 사장은 "모든 중소·중견기업에 골고루 나눠주는 지원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함으로써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늘 비난의 화살은 주요 대기업으로 향한다. 이런 비난이 100%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일부 대기업이 원청업체가 져야할 부담을 중소 하청업체들에 지우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단계의 하청구조로 대기업이 시행하는 상생협력 정책이 최하부의 협력사까지 미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이 1차 협력업체에 현금결제를 했다고 하는데 2차 협력업체는 그 혜택을 못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3차 협력업체까지 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결국 이들의 불만은 대기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한국에서 기업으로, 특히 대기업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이라는 게 이 사장의 하소연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