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와 한국기업의 여전사들

안젤리나 졸리와 한국기업의 여전사들

이항영 MTN 전문위원ㆍ안정숙 MTN 작가
2010.08.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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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찾아라 영화 속 대박 종목/ <솔트>

[편집자주] 주식 탐구 25년 경력의 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주식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에도 열두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주식초보이자 영화광인 안정숙 MTN 작가가 '영화 속 한켠에 숨어있는 대박 종목을 찾겠다'며 의기투합했습니다. 최신 영화는 물론 고전영화와 하이틴 무비, 미드와 일드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고 돈 되는 정보를 캐냅니다.

얼마 전 헐리우드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솔트>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었다. 세계 최고의 섹시남 브래드 피트를 남편으로 두고 어마어마한 출연료를 자랑하며 어딜 가나 파파라치가 따라 붙는 셀러브리티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두아이를 안고 입국하는 모습은 나름 충격이었다. 유명 여배우가 아니라 비행에 지친 아이들을 달래는 평범한 보통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안젤리나 졸리가 누구인가? 말총머리 휘날리며 보물을 찾아 헤매던 <툼레이더>의 여전사로 날 죽이려던 놈이 알고 보니 킬러가 직업인 내 남편이더라는 황당한 스토리를 달콤살벌한 리얼 연애스토리로 만든 이 시대 최고의 액션여배우 아니던가? 물론 여기에 액션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야 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그야말로 뛰고 구르고 총 쏘고 피가 나는 영화를 찍어야 그녀가 가진 매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 만나는 자유> <체인질링> <오리지널신> 등 액션보다 연기력이 돋보인 영화도 있었지만 그녀에게 성공이라는 단어를 안겨준 건 도도한 눈빛으로 거침없이 총질을 해대며 거구의 악당들(대부분 남자)을 물리치는 여전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낸 영화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전사 졸리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인데, 악당을 걷어차는 발길질에 힘이 없다, 뛰는 게 숨차 보인다, 뭐 이런 게 아니라 2001년 <툼레이더>에서는 보이지 않던(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눈빛연기가 2010년 <솔트>에서는 보이더라 이 말이다. 데뷔 초 약물에 의존하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그녀가 세명의 아이들을 입양하고 또 세명의 아이들을 직접 낳아 기르면서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 가는 과정이 연기에도 그대로 녹아 있는 듯했다.

그리고 아마 이러한 경험이 톰크루즈도 고사한 <솔트>의 출연을 가능하게 했고, 달리는 트럭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리고 고층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무지막지한 액션을 가능하게 한 힘이 아닌가 싶다.

물론 졸리 이전에도 여전사들은 있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를 생각해보자. 입 속에서 입, 돌출입 괴물의 원조 에이리언에 맞서 끝까지 살아남은 리플리는 여전사계의 원조라 부를 수 있다.

또 <제5원소>를 통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밀라 요보비치는 <레지던트이블> 시리즈의 앨리스 역을 맡아 죽여도 죽지 않는 불사의 여전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러나 시고니 위버는 이제 60살이 넘은 할머니가 돼 버렸고 밀라 요보비치는 인지도나 흥행면에서 졸리에게 밀리는 양상이니 당분간 허리우드 액션 여배우의 대세는 졸리 여사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여전사들이 영화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주식시장에도 안젤리나 졸리, 밀라 요보비치 못지않은 여걸들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한진해운회장을 꼽을 수 있겠다. 물론 이명희신세계(695,000원 ▼19,000 -2.66%)회장도 있지만, 현정은 회장과 최은영 회장에 비해서는 다소 순탄한(?) 경영행보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현정은 회장은 남편인 정몽헌 회장의 타계 이후 2003년부터 현대그룹의 경영을 도맡아오고 있지만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2003년엔 ‘시숙의 난’으로 불리는 범현대가와의 지분경쟁, 경영권 분쟁으로 곤욕을 치뤄낸 바 있고, 2005년에는 북측의 갑작스러운 대북사업 중단 발표로 고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유업을 이어받은 금강산사업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최근에는현대건설(157,500원 ▲34,800 +28.36%)을 둘러싼 구조조정 이슈로 주채권 은행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너무 낙관적인 기대일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현 회장이 이 난관을 잘 넘기리라 본다. 일단 그룹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녀만의 정공법으로 위기를 헤쳐나간 경험이 있고 단순한 재벌가의 며느리가 아니라 자식을 낳고나서 미국 유학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사회 참여형 여성에다 강단 있는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리더십은 주가로도 확인되는데 정몽헌 회장의 타계 이후 그녀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이 본격화되던 2003년 이래,현대상선(20,050원 ▲1,200 +6.37%)의 주가가 바닥권에서 15배나 급증했다. 같은 시기에 종합주가지수는 2.5배 올랐을 뿐인데 말이다.

또 한명의 여걸 경영인은 최은영한진해운회장이다. 최 회장은 2006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인 조수호 회장의 타계 이후 경영에 참여했다. 현정은 회장 같은 경영권 분쟁은 겪지 않았지만 지분구조상 한진그룹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불안한 지배력을 이어 온 것이 사실이다.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최은영 회장은 남편의 뜻을 이어받아 한진해운의 독자경영을 꿈꿨고 그 초석이 바로한진해운홀딩스(5,630원 ▲70 +1.26%)의 출범이었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그녀 스스로가 한 말을 인용하고 싶다.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온 지 3년차에 접어드니 친구들이 나보고 ‘눈빛이 변했다’고 한다”며 “현장에 나와 보니 사모님 소리 들을 때가 편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한시라도 걱정을 놓지 않았던 가업인만큼 나도 인생을 걸고 도전하고 있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때마침 국제경기의 회복과 더불어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해운업계가 살아나고 있다. 물론 해운업계의 운명도 결국은 중국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고성장이 지속될지 아니면 과열에 따른 후유증이 수반되면서 급랭하는 국면으로 전환될지가 여전히 해운업계의 아킬레스건이다.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중국이 과거에는 전형적인 수출형 구조, 즉 전 세계의 생산공장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소비대국으로도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있는 것이 최은영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진해운이다. 한진해운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이후 주가가 100% 상승한 다음 최근 두달 동안 20% 가량 조정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험난한 여정에서 그녀의 특별한 역량을 기대해본다.

중소기업에서 활약하는 여성 경영인은 더욱 많다. 증권가에서 관심을 받는 두명만 소개하자면 첫번째 경영인은 IT 재료분야의 작지만 매우 강한 기업인 대주전자재료의 임일지 대표다.

디스플레이 형광체 국산화에 성공한 이 회사는 종전 일본수입을 대체하면서 2010년 이후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세 경영인 그녀는 부친과 함께 경영을 총괄하면서 당찬 여걸의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80% 이상 급등했다.

또 한명의 여걸은 조제약국 및 병원에 사용되는 자동정제분류포장시스템과 관련한 소모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인제이브이엠(22,200원 ▲200 +0.91%)의 2세 경영인인 영업기획실의 김선경 이사다.

그녀는 특히 수출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데 올해는 외형과 영업이익 모두 2009년 대비 50% 가까운 증가가 기대된다고 한다. 주가는 아직은 폭넓은 반응을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향후 기업의 성장성과 기술력을 고려할 때 저평가가 분명하다는 것이 그녀를 만나본 애널리스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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