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新적자생존 / 사소한 메모가 큰 성공을 가져다준다
#1. "나는 생각이 나면 메모했다. 메모지를 묶으니 책이 됐다."
독서광이자 메모광인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는 물론, 직원들과 회의했던 내용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을 메모지에 기록한다.
#2.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메모의 근본은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메모하고 나면 그 일을 잊어버리는 대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아이디어는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제대로 메모만 해두면 창조적인 것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그는 역설한다.
<한국의 메모 달인들>(위즈덤하우스 펴냄)에 소개된 '메모광들의 성공 신화' 중 일부다. 비단 우리나라 명사들뿐만이 아니다. GE 신화를 창조한 잭 웰치, 링컨 대통령,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전 세계 위인들에게는 '메모 고수'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꼼꼼한 메모가 있었기에 성공이 가능했다는 '메모 예찬론자들'이다.
메모하는 자와 메모하지 않는 자. 그 차이가 그토록 큰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의 메모 달인들>의 저자인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은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메모의 힘을 강조한다. "둔한 필기가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 메모 10년이면 인생이 바뀐다고 메모 달인들은 설파한다.
'돈 버는' 메모의 기술
'성공하면 싶으면 메모해?'
화려한 위인들의 메모를 통한 성공 스토리는 꿈을 주기도 하지만, 벤치마킹은 쉬우면서도 어려워보인다.
과연 어떤 메모 전략이 성공을 불러올까? 효과적으로 메모를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메모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① 사소함을 즐겨라.
"더러운 카펫, 보풀. 선미 부분 지저분함. 스테인리스 스틸, 꾀죄죄함. 메뉴, 실망스러움, 마이애미에서 돌아올 때 일등석 메인코스인 가재가 왕새우로 바뀜. 치킨커리 맛없음. 치킨은 커다란 덩어리로 잘라야함."
이 메모의 주인공은? 식당 지배인이나 서빙 담당 직원의 메모가 아니다.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이 직접 적은 메모들이다. 예상 외로 '작고 사소한' 내용들이다. 대그룹의 CEO수첩답지 않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브랜슨은 경영자들이 가끔 일장 훈시를 늘어놓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작은 세부사항들을 기록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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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리처드 브랜슨 비즈니스 발가벗기기> (리처드 브랜슨 지음, 리더스북 펴냄)에 나오는 얘기다. 창조적 기업가 정신의 롤 모델로 존경받는 리처드 브랜슨의 주요 성공 비결 중 하나가 '사소한 메모'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메모는 꼭 거창한 것만을 담을 필요가 없다.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은 "메모는 사소하게 시작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다만 사소하더라도, 끈질기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 소장은 "얼마 전 시골의 한 농사꾼이 50년 동안 일기를 써서 간직해왔다는 뉴스를 접했다"면서 "이처럼 개인의 사소한 기록이라도 쌓이고 쌓이면 그 사소함이 어느 순간 위대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꾸준한 자기 관리의 기록물이자 후손에게 물려준다면 값진 유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② 10분을 넘기지 마라.
존 레논은 비틀스가 해산된 뒤 '이매진(Imagine)'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이 곡은 뉴욕 힐튼 호텔에 머무른 뒤 비행기를 타고 이동 중 갑자기 떠오른 시상을 옮긴 작품. 존 레논은 그때의 생각들을 급히 호텔의 메모지에 적어두었고, 이것이 불멸의 히트곡의 바탕이 됐다.
이와 같은 일화를 소개한 <메모의 신>의 저자 김영진 씨는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을 메모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조건 어디엔가 어떤 식으로든 기록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생각이나 사물에 대한 생각은 몇 십초 안에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기억해야 할 것을 반복해서 암기하지 않는 이상 다시 떠올리기 힘들다. 적어도 10분 안에 메모하는 것이 좋다.
③ 성공과 실패의 메모록을 만들어라.
'절제 침묵 정돈 결단 절약 근면 성실 정의 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손'
벤자민 프랭클린의 13가지 덕목이다. 그는 "나는 50년 이상을 나의 수첩에 13가지 덕목을 항상 기록해 왔다. 그리고 이 항목들을 실행했는가, 하지 못했는가를 체크했다. 내가 항상 행복한 인생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 수첩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메모하면 과거의 기록으로만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의 메모에는 '되고 싶은 모습' 즉 미래가 담겨있다.
최선영 한국리더십센터 R&D 팀장은 "메모를 통해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을 강화·확장할 수 있다"며 "다이어리나 휴대폰 앞에 메모 등을 써놓으면 항상 볼 때마다 리마인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실패한 메모를 만들어 약점과 결점을 극복할 수도 있다. <메모의 신>의 저자 김영진 씨는 "인생에서 경험한 실패는 쉽게 잊게 되니 가능한 한 자세하게 그때그때 메모해두면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메모라도 활용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낙서에 지나지 않는 법. 최효찬 소장은 "정기적으로 메모의 통계를 내지는 않더라도 업데이트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