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 사라고 하면 먹튀 의심?

사촌이 땅 사라고 하면 먹튀 의심?

지영호 기자
2010.09.08 10:14

[머니위크 커버]잡아라 먹튀/ 부동산 먹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지만 부동산 투자에서 만큼은 예외적인 말로 통한다. 평소 부동산에 관심도 없던 친인척이 자신도 땅을 샀다며 부동산 투자를 권유한다면 의심부터 하라는 것이 이 바닥의 정석이다. 흔히 기획부동산에 얽히는 이유가 가까운 친인척을 대상으로 매물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주부 유은희(58·가명) 씨는 역시 올해 초 친척의 권유에 그만 기획부동산에서 쪼개 팔던 필지에 투자했다. 투자만 하면 개발 수익을 크게 챙길 수 있다는 말에 3500만원을 주고 양평에 토지를 구입했다. 만약 건축행위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토지를 분할해 투자자들끼리 나눠 갖으면 된다고 했다.

입금 뒤 몇달이 지나고서 해당업체가 ‘잠적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도 토지가 남아있으니 자산은 챙겼다고 위안을 삼았다. 유씨의 자기 위안은 오래가지 않았다. 계약서상 유씨가 토지를 산 것이 아니라 해당 회사에 투자를 한 것이기 때문에 토지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해당 토지마저 경매로 넘어간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흔히 이야기하는 ‘수술’을 당한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됐던 A기획부동산의 수법이다. 해당업체는 리조트 개발을 하겠다며 일부 토지의 계약서만 보여주고 토지를 전체 매입한 것처럼 속여 눈먼 투자자의 돈을 끌어들였다. 엄청난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개발만 되면 몇배의 수익이 되돌아올 것이라고 현혹했다.

하지만 업체는 개발 예정지의 토지조차 확보하지 않았다. 리조트 사업지로 예정된 지역의 30%가량이 회사가 보유한 토지의 전부였다. 이마저도 대부분 근저당을 잡고 은행 대출을 받은 터라 투자자는 오히려 빚까지 떠안은 꼴이 된 것이다.

소형 임대주택 먹튀 주의보

“판교, 계양, 부천, 안산, 구미 등 전국적으로 아주 난리입니다. 1억원 남짓 투자한 사람들이 한푼도 못 건지게 생겼어요. 원룸형 고시텔 소송 관련 문의가 1주일에 10건가량 됩니다.”

주로 부동산 피해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L&H종합법률사무소의 나태석 팀장은 “이정도면 문의 폭발”이라고 이야기한다. 상담 문의만 받아도 전국의 어떤 곳에 ‘사고’가 났는지 알 수 있다. 부천의 P, 강남대 앞 K레지던스 등은 악명 높기로 소문난 곳이라고 한다. 구청직원은 얼마나 자주 설명을 했는지 전화해서 지번만 대면 줄줄이 설명할 정도로 피해자가 많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아파트 등 주택시장이 매력을 잃자, 많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선택한 것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특히 소액 투자가 가능한 소형 오피스텔이나 고시텔 등에 개미 투자자가 많이 몰렸다.

흔히 이들 고시텔을 포장하는 말은 ‘레지던스’다. 레지던스의 본래 의미는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준말로 보통 대형 숙박시설에서 호텔식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숙박업소를 말한다. 하지만 겨우 면적이 10㎡ 남짓에 불과한 고시텔에서 무분별하게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레지던스=고시텔’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상태다.

레지던스 먹튀꾼의 수법은 투자자에게 자신들의 책임을 유난히 강조한다는 것. ‘확정수익 보장’, ‘책임 준공’ 등 번드르르한 말을 늘어놓지만 계약서상에는 배제돼 있거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투자자가 계약서라고 믿게끔 작성해 놓은 문서도 투자 동의서나 약정서 등 법적 구속력이 거의 없는 문서가 대부분이다.

특히 용도허가도 받지 않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통상 레지던스 먹튀들은 상가 건물 1개층을 부동산 경매로 낙찰 받아 용도허가도 받지 않은 채 시설변경을 진행한다. 한창 공사 중이니 투자자들은 큰 문제를 삼지 않는다. 설령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책임지고 허가받겠다고 장담하며 무마시킨다.

하지만 관할 자치단체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문제는 커진다. 공사가 중단되고 철거당하는 상황까지 맞는다. 고시텔은 각 실마다 소유주가 다르다. 개별등기라는 말로 투자자를 유혹하지만 사실상 구분등기가 아닌 지분등기다. 고시텔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매매가 가능하다. 재산권 행사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문제 해결을 위해 분양업자를 찾아봐야 이미 투자금을 들고 튀어버린 먹튀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가 날리기’, ‘시차 등기’, ‘경매 돌리기’ 등 수법 교묘

비교적 여유자금이 많은 투자자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먹튀도 적지 않다. 부동산시행사라며 토지 계약금 명목으로 투자자들에게 지분투자를 하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연 50~100%의 이자를 주겠다고 꼬드긴다. 개인당 투자금액은 10억원 이상.

토지 계약금을 받고 나면 주로 금융권에서 사업기간동안 쓸 브릿지론(단기대출)을 받는다. 그리고 종적을 감춘다. 통상 3년 정도의 사업기간은 숨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개인투자자와 금융권의 돈을 들고 튀는 일명 ‘1타 2피’ 혹은 ‘양타’라고 불리는 기획부동산의 수법이다.

저가의 상가를 매입한 뒤 높은 감정가를 받아 대출을 받고 튀는 이른바 ‘상가 날리기’도 극성이다. 복합쇼핑몰의 몰락 등으로 인해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온 상가 1개층을 통째로 매입한 뒤 감정평가사, 은행 직원 등과 짜고 높은 대출을 받고 잠적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에 상가를 매입한 뒤 20억원의 감정평가를 받아 은행으로부터 12억원에 대출받아 2억원을 챙기는 식이다. 동시에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챙기는 돈은 수십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등기이전 직전에 근저당을 잡아 대출을 하는 ‘시차 등기’도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당하는 부동산 사기 방법이다. 계약자가 등기부등본을 보고 등기하기까지 시간동안 재빨리 매매 물건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잠적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최초 계약서에서와 달리 등기소에 제출할 검인계약서에 ‘물건에 대한 모든 문제는 매수인이 모두 승계한다’는 조항을 넣어 법망을 피한다. 등기를 하려면 필요한 똑같은 서류라고 계약자를 정신없게 만든 뒤 도장을 찍도록 하는 식이다. 기존 계약서를 폐기하기만 하면 나중에 계약자가 속은 사실을 알더라도 대항할 방법이 많지 않다. 등기와 관련된 모든 계약을 법무사가 아닌 회사에서 일임해주겠다고 하면 일단 의심할 만하다.

채권자라고 속여 경매 낙찰자에게 가압류를 반복하는 ‘경매 돌리기’는 그야말로 혀를 내두른다. 회사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한 뒤 경매로 넘기고 낙찰자의 등기 이전 시점에 현장을 덮쳐 가압류를 진행한다. 개인간의 채무관계를 보증하는 서류 한 장이 무기다.

가짜 서류라는 것을 안다해도 낙찰자가 이를 증명할 방법은 많지 않다. 낙찰자를 제외한 모든 관계자가 한 통속이기 때문이다. 채무 부담을 떠안은 낙찰자의 부동산이 압박에 못이겨 다시 경매로 나오게 되면 이들은 대리인을 내세워 다시 낙찰받는 파렴치한 행위도 벌인다. 뽑아 먹을 때까지 뽑아 먹고 튀는 것이 이들의 습성이다.

부동산 먹튀 피하는 5가지 방법

1. 계약서상 ‘투자’라는 말을 피하라

기획부동산을 비롯해 많은 부동산 먹튀들이 계약서상에 즐겨쓰는 단어는 ‘투자’다. 이 말은 후에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피해를 입은 개인에게 족쇄로 돌아온다. 부동산 계약서에 투자라는 단어를 피하고 가급적 매수 목적을 충실히 남겨두는 것이 좋다. 특약사항도 꼭 확인해야 한다.

2. 지번 확인은 필수

기획부동산에서 토지를 판매할 때 지번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해당 지번이 없다면 투자 개념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는 반드시 손실을 담보로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3. 해당 관청에 문의하라

번듯한 개발예정 청사진에 시선을 빼앗겼다가 현실을 보는 이성을 잃을 수 있다. 기획부동산의 경우 분할예정도를 내밀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다고 현혹하기도 한다. 실제 개발허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해당 지자체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가능성 여부를 확인받는 것이다.

4. 주변 거래시세를 확인하라

부동산 거래에 앞서 반드시 업자가 제시한 가격이 주변 시세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자. 인근 중개업소나 국토부 실거래가 등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토지 거래의 경우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나와있는 지목과 공시지가, 건축행위를 파악할 수 있다. 한 때 기획부동산에 몸담았던 한 업계 관계자는 “왜 피땀흘려 번 자기 재산을 주변의 확인절차 없이 남에게 내주는지 모르겠다”고 피해자의 책임감 결여를 지적할 정도다.

5. 현장 답사 꼭 하라

간혹 현장도 둘러보지 않고 부동산 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다. 설령 현장을 둘러봤더라도 관광 수준의 현장답사라면 의미가 없다. 기획부동산에서 주도하는 투어 형태의 현장답사 역시 짜고 치는 고스톱일 가능성이 높다. 필히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현장을 둘러보다 보면 보이지 않던 사실도 보이게 된다. 2중 계약 형태로 가격을 흐리는 경우가 있는 만큼 주변 중개업소에서 구입이나 매매하려는 의도로 정보를 얻는다면 계약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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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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