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카페공화국 / 新카페문화
커피? 수다? '카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혹은 수다를 떨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면 당신은 이미 '노땅' 소리 들어도 충분한 아줌마 아저씨. 영화보고 책 읽고 수다 떨고 일하고… 당신이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요즘의 카페다. 젊은 연인은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고, 양복차림의 반듯한 직장인은 비즈니스 미팅을 갖기도 한다.
카페에서 할 수 있는 101가지 일, ‘커피’와 ‘수다’를 넘어선 新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우리 시대 카페 풍경을 돌아봤다.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 엄마들은? “대치동 학원가 카페맘”
오전 11시쯤 대치동 학원가. 근처 유명학원의 팸플릿을 손에 쥔 어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학원 팸플릿을 한가운데 펼쳐놓고 선생님이며 교수법에 관한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꽤 진지하다. 혹여나 고급 정보가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갈까, 조심스레 말소리를 죽이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탐앤탐스 은마사거리점의 김창환 매니저는 “이 시간부터 오후 2시까지는 손님의 80~90%가 어머니들”이라며 “매번 비슷한 시간에 정기적으로 모이는 분들이어서 단골이 많다. 팸플릿이나 잡지를 보며 치열하게 연구(?)를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4시쯤이면 초등학생의 손을 잡은 젊은 어머니들이 카페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이와 함께 카페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 후,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나면 어머니들에게는 본격적인 자유의 시간.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혼자 떨어져 앉아 잡지를 읽거나 책장을 넘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 매니저는 “매일 이 시간쯤 카페에 들러 꼭 커피 두잔을 사가는 어머니도 한분 계시는데, 학원선생님 드릴 커피를 매일매일 챙기는 것”이라며 “아이나 선생님 챙기는 모습을 보면 정말 어머니들의 정성이 대단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밤 10~11시쯤이 되면 이 부근의 풍경은 다시 한번 달라진다. 학원가 주변으로 승용차가 즐비하게 늘어서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학원 수업을 듣는 시간이다. 아이가 수업을 마칠 때까지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한 학부모들에게 카페는 최적의 장소다. 아이들 공부나 학원 이야기에서부터 남편과 시댁 흉보기, 드라마까지 화젯거리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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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수시모집 기간을 맞아 논술 강좌를 듣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부모들까지 합세해, 혼자 떨어져 앉아 노트를 펼쳐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이거나 잡지를 보는 엄마들의 모습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차로 왕복이 어려운 먼 거리의 경우 대치동 근처 고시원에 머물며 공부하는 경우도 많은데, 학원 수업이 마치면 엄마와 학생이 함께 커피숍에 앉아 새벽 2~3시까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아이가 공부를 하면 엄마는 그 옆에 떨어져 앉아 잡지를 보며 아이와 함께 고생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수원에서 올라왔다는 고3 아들을 둔 양수경 주부는 “아이가 학원에 들어간 사이 모처럼 서울에 왔다니까 친구가 만나러 나와 수다를 떠는 중”이라며 “보통 지방에 사는 엄마들이라고 하더라도 주말에 한번, 주중에 한번 정도는 아이의 학원 수업을 위해 대치동 학원가를 찾기 때문에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딸의 특목고 입학 준비를 하고 있다는 김현미 주부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희생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시간에라도 엄마들끼리 수다를 떨 수 있는 핑계가 되기 때문에 좋기도 하다”며 “이곳에서 주고받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교류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마들에게는 이 시간, 이곳 카페가 중요한 모임 장소”라고 전했다.
◆노트북과 커피는 찰떡 궁합? “대세는 코피스족~”
노트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젊은 연인, 외국인 선생님과 만나 서툰 영어를 더듬거리며 회화 공부를 하는 여학생, 비즈니스 미팅에 한창인 직장인과 혼자서 커피를 홀짝이며 책장을 넘기는 중년의 아저씨까지.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브랜드 커피숍은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까지 대부분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노트북을 켜놓고 영화를 보거나 각자의 개인 작업에 몰두하는 풍경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이름하여 ‘코피스족’. 커피(coffee)와 사무실(office)의 합성어로 일을 하거나 공부를 위해 카페를 찾는 이들이다. 때문에 노트북 이용자들의 경우 콘센트 근처에 자리를 잡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지난 9월28일 스타벅스 광화문점에서 만난 송재희 씨도 코피스족의 한명.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고 책을 보며 공부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20대 후반의 취업준비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최씨는 “도서관은 책장 넘기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답답한 느낌이 들어 자유로운 분위기의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편”이라며 “오히려 집중도 더 잘된다. 매일 3~4시간 정도 앉아서 공부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노트북을 펼쳐 놓고 프리젠테이션 작업에 열중하던 장성준 씨는 “회사 발표 자료를 준비하느라 이곳을 찾았다”며 “사무실에서 야근을 할 수도 있었지만 훨씬 여유 있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찾아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종업원들 눈치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워낙 나 같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오래 앉아있어도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오히려 오래 앉아 있는 단골이 많을수록 분위기가 잡히죠. 최근에는 무선인터넷도 잘 돼있어 작업하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는 환경입니다."
스타벅스 박한조 홍보팀장은 “최근에는 코피스족이 일반화되면서 각 점포마다 테이블 2개당 콘센트 1개를 제공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코피스족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직장인들이 많지만, 최근에는 카페를 찾는 나이대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오전 시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홀로 찾아와서 신문을 읽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커피의 맛만큼이나 누구든 편하게 와서 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도서관보다 더 좋다, “스터디족 열공 이상 무!”
카페마다 코피스족이 당연한 풍경이 되어가는 요즘, 그 중에서도 유독 대학생 또래의 젊은 친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카페베네와 탐앤탐스, 커핀 그루나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카페를 고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바로 ‘널따란 책상’. 시험공부나 스터디 장소로 카페를 찾는 게 자연스러운 세대 인만큼, 친구들 두세명이 어울려 카페에 자리를 잡고 공부에 열중하다 잠깐씩 수다를 떠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최근에는 고등학생과 함께 자리를 잡고, 카페에서 과외에 열중하는 모습도 부쩍 늘었다고.
카페베네 신촌현대점 점원은 “근처에 백화점이 있어서 손님 계층이 다양한 편이지만, 오후 5~10시까지는 대부분 공부를 하거나 스터디를 하러 찾는 학생들이 60~70% 정도”라며 “소그룹으로 모여 앉아 자료를 잔뜩 쌓아 놓고 과제를 하거나 스터디를 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학생들이라 공부를 하다 보니 이용시간이 깁니다. 최장 12시간까지 앉아 있는 손님도 봤지요. 대부분 중간중간 간식이나 음료를 시켜가며 공부하기 때문에 매출은 계속 일어납니다. 학생들에게는 특히 소음이 적고 집중이 잘되는 구석자리 경쟁률이 치열합니다."
지난 9월29일 서울 신촌의 카페베네 신촌현대점에서 '열공' 중이던 대학교 1학년생 강은진 씨는 “대형 브랜드 커피숍은 아무래도 된장녀나, 커피값에 거품이 있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잘 안 가게 된다”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다른 커피숍도 잘 가지만 공부를 할 때는 구석 자리가 많고 책상이 넓어서 좋은 곳을 정해놓고 가게 된다”고 말했다.
카페베네의 김동한 마케팅 팀장은 “10년간 변화한 트렌드를 먼저 읽고 반영한 것이 젊은 친구들의 마음을 잡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노트북도 무료로 대여해 준다. 그는 “‘유럽의 지성 놀이터’처럼 자유롭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며 "각자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넓은 사각 원목 책상부터 준비하고 배치까지 꼼꼼히 고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