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줄기세포시술 조사 착수

번지는 줄기세포시술 조사 착수

최은미 기자
2010.11.20 09:00

합동조사팀 19일 불시에 현지조사 예정… 알앤엘 비롯 의료기관 10곳 무기한 조사 방침

만병통치술로 소문난 '줄기세포이식술'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보건당국 합동조사팀이 19일 허가받지 않은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를 불법 시술한 의혹을 받고 있는 줄기세포업체알앤엘바이오와 협력 의료기관 현지조사에 착수했다.

줄기세포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다른 세포나 장기로 성장하는 '모(母)세포'다.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뉘는데, 전자는 인간의 수정란에서 후자는 골수나 제대혈, 피부 지방조직에서 추출한다. 배아줄기세포는 어떤 신체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하나 성체줄기세포는 추출한 부위의 조직에 가깝게 자란다.

뼈나 간, 혈액 등 구체적인 장기의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인 만큼 세포가 손상돼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이식받으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만큼, '암덩어리'로도 변환할 수 있어 아직 전세계적으로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며 안전성을 입증하고, 유효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최근 알앤엘바이오에서 배양한 성체줄기세포 치료를 갖고 해외에 나가 시술한 환자 중 사망자가 발생하자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시술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도 점검하고 있다.

이날 합동조사팀의 첫번째 조사대상은 협력 의료기관 1곳. 합동조사팀은 총 10곳의 의료기관을 조사해 알앤엘바이오가 국내에서 무허가 성체줄기세포치료제를 시술했다는 의혹에 대한 단서부터 잡겠다는 입장이다. 의혹이 풀리거나 혐의를 찾을 때까지 무기한으로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복지부 합동조사팀 관계자는 "이날 불시에 의료기관을 찾아가 조사할 예정"이라며 "의료기관을 통해 알앤엘바이오의 혐의점을 찾은 후 회사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과 유관기관과 합동조사팀을 꾸려 의료기관과 바이오업체를 대상으로 계획에 없던 기획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논란이 불거졌나=사건은 주승용 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이 지난 달 22일 있었던 보건복지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했다.

당시 주 의원은 "지난달 30일 일본 교토에 위치한 알앤엘바이오의 협력병원인 교토베데스타클리닉에서 임 모씨(남·73)가 성체 줄기세포를 투여 받은 뒤 폐동맥 색전증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국감장에는 알앤엘바이오의 중국 협력병원에서 1500만원을 들여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후 일주일 만에 목에 암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증인이 참석해 진술하기도 했다. 증인은 자신이 소개한 지인의 경우 시술 도중 의식불명에 빠져 한국으로 옮겨진 뒤 수술했으나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알앤엘바이오와 관련돼 해당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줄기세포..만병통치약?=이들처럼 알앤엘바이오를 통해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사람은 회사 측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힌 것만 2008년부터 올 3분기까지 4800여명이다. 수천명의 한국인이 1500만~2000만원에 이르는 시술비를 들여 외국의료진에게 몸을 맡긴 셈이다.

국내에서는 지방조직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배양, 증식해 이식하는 것은 불법이다. 배양, 증식하는 과정을 거치면 의약품으로 분류돼 임상시험 등 정식 허가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은 의사 재량에 따라 줄기세포 시술이 가능하다. 해외로 환자를 데려가 시술받게 하는 이유다.

환자들이 무리한 시도를 감행하는 이유는 줄기세포 치료를 '만병통치약'이라 믿기 때문이다. 회사 측도 여드름이나 다크써클, 검버섯 등 피부미용은 물론 치매나 당뇨, 뇌경색, 심근경색, 파킨슨병 등 세포가 손상돼 발생하는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회장 김주한 서울의대 교수) 측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아직 연구단계인 만큼 실제 환자진료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안된다"며 "아직 어느 신경계질환에도 엄격한 임상시험으로 확실한 효능을 보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학회 측은 "체계적인 임상연구 없이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절박한 심정에 있는 환자에게 효과와 부작용을 잘 모르는 치료를 떠안기는 것"이라며 "일부 기관이 난치병 환자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실태에 대해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암암리에 퍼지는 줄기세포 시장=심각한 것은 이번 사안이 알앤엘바이오 한 곳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바이오업체 히스토스템은 임상시험인 양 국내병원에서 줄기세포 이식술을 진행한 후 수천만원을 받았다가 환자 8명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지난 달 31일 1인당 1600만원에서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국내에서 조작과정을 거친 줄기세포 시술을 실시하려면 임상시험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업체가 시술한 줄기세포 시술은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임상시험용으로 밖에 쓸 수 없다.

임상시험 단계에서는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지만, 업체는 마치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받은 시술인 양 광고하며 허가받지 않은 치료제를 환자에게 돈을 받고 쓴 것이다. 줄기세포 관련 바이오업체들의 합동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의료기관도 문제다. 일부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는 지방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와 지방세포를 혼합 이식, 피부를 좋게 하거나 얼굴을 볼륨감 있게 만들고, 심지어 가슴까지 키우는 시술이 성행하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지방에서 성체줄기세포를 분리, 그대로 이식하면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배양하거나 특정 효소를 처리하는 등 조작과정을 거친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작과정을 거칠 경우 의약품으로 분류돼 임상시험을 거친 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장품 시장에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편법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줄기세포를 화장품 원료로 쓰는 것은 금지된 상황이다. '줄기세포 화장품'이라며 팔리고 있는 제품의 대부분은 줄기세포 배양액을 원료로 쓰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배양한 후 남은 액인데 콜라겐 등의 합성을 촉진하는 각종 성장인자가 들어 있어 피부 항노화 작용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식약청의 기능성을 인정받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를 단정할 순 없는 상황이다.

'줄기세포=만병통치약' 인식을 이용한 마케팅에 이들 제품은 고가에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청 측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알앤엘바이오 현지조사 후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관련 시술을 시행하는 관련 기관 전체를 대사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