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차라리 분유값을 내리지…

[기자수첩]차라리 분유값을 내리지…

김희정 기자
2010.11.22 07:35

엄마는 출산 직후 젖을 물리지 못하고 바로 회복실로 옮겨진다. 엄마는 회복실, 아이는 신생아실에 떨어진 채 며칠이 지난다. 그 사이 모유 맛보다 한 회사에서 나온 분유 맛에 익숙해진 아기는 내내 그 분유만 찾게 된다.

대부분 우리나라 산부인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회복실의 엄마도, 말 못하는 아기도 N사, 혹은 M사의 분유를 먹겠다고 사전에 '선택'한 적은 없다. 그저 그 병원 원장이 특정 분유기업으로부터 개원자금을 사실상 거저 빌렸거나 영업보증금을 챙기고 분유독점 공급에 합의했을 뿐이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들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산부인과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분유를 독점 납품한 혐의를 포착, 이들에게 과징금 4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2009년 말 장기대여금 593억원 중 418억원이 산부인과병원에 2%의 초저리에 대여됐다. 남양유업이 71개 산부인과에 각각 빌려준 평균 액수는 약 5억8000만원. 아무리 의사 직군의 신용도가 높다지만 엔화 저평가 시절 성행했던 엔화 대출금리도 아니고, 2%는 시중금리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금리차액이 사실상 리베이트 금액인 셈이다.

분유 2위인 매일유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9개 병원에 186억원의 영업보증금을 제공했고 24억원을 3~5% 이자로 산부인과에 대여했다. 두 기업 모두 병원에 가구, 전자제품, 신생아 용품 등을 무상 제공해온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분유업계에서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실제로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대놓고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병원들이 워낙 많고,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보니 리베이트 없이 분유 납품을 할 수 없는 정도"라며 "분유업체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금액만큼 엄마들은 안 내도 될 분유 값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소중한 아기가 처음으로 맛보는 음식(?)이 그저 '리베이트의 결과물'이라는 건 누구라도 참기 힘든 일이다.

물론 법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과징금 4억 8000만원이 정해진 것이겠으나, 리베이트를 근절시켜 아기와 엄마의 권리를 되찾는 역할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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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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