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최대 마장동축산물시장 가보니… 돼지고기 도매가 8000원 돌파

국내 최대 축산물도매시장으로 일반 고객 발길이 끊이지 않기로 유명한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 25일 오후, 지하철5호선 마장역을 빠져나와 마장동 축산물시장 주차장으로 가는 이면도로에는 40~50대 아줌마들 2~3명만이 묵직한 비닐봉투를 들고 걷고 있었다. 지난해 추석 만해도 이맘때면 수 십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고기를 사서 돌아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구제역 여파로 고기 값이 크게 오르며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게 이 곳 토박이들의 전언. 인천에서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왔다는 김순옥(여·60) 씨는 "수 십 년 단골집이 이곳에 있어 명절 때마다 찾아오는데 올해는 고기 값이 너무 올라 구입량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이제 싼 가격을 찾아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3분여를 더 걸어 마장동축산물시장으로 들어서니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 눈에 띈다. 일부 점포에서 호객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 싼 값에 고기를 주겠다는 호객꾼들의 표정도 그다지 밝지 못했다.
국내 최대 육류도매시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시장 곳곳은 설 대목에도 썰렁했다. 탑차나 오토바이 몇 대만 간간히 지나갈 뿐 상인들을 제외하면 한적한 모습까지 연출됐다. 오전 장사를 끝낸 일부 도매상은 "장사가 안 된다"며 아예 셔터 문을 내렸다.
구제역 여파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값이 치솟으며 시장에는 예전 같은 생기가 사라졌다. 이날 이곳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 지육 낙찰가격은 사상 처음 kg당 8000원을 넘었다. 지난해 11월 구제역 발생 이전 만해도 이곳 돼지고기 시세는 kg당 3700원. 석 달 새 가격상승률이 116%나 된다.
가장 인기 있는 삼겹살 부위는 kg당 1만8000~1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조만간 2만 원을 돌파할 태세다. 이 곳 도매상들은 설 이후 '삼겹살 2만원시대'를 기정사실화했다. 내륙에서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던 경남까지 구제역이 번지며 이제 마지막 보루인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를 공수해 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곳 B도매상 관계자는 "설이 가까워 올수록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설 직전 kg당 9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설이 끝나도 개학을 하기 때문에 급식 수요가 늘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우의 경우 살처분 두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아직까지 공급이 크게 달리진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H축산 관계자는 "작년 추석 때만해도 점심을 거를 정도로 바빴는데 올 설에는 가격만 물어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며 "마장동 상권이 마비될 정도로 고기 값이 오르고 손님들도 끊겼다"고 했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육도 찾는 사람이 없다. J유통 관계자는 "칠레산 돼지고기는 국내산의 절반 가격이지만 구제역으로 수입육에 대한 인식까지 덩달아 나빠져 매출이 절반이나 줄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