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시작된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정리 작업이 일단락됐다. 22일 도민저축은행 영업정지로 '블랙 리스트'에 올린 10개사중 7개의 문을 닫았다.
1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자연스레 블랙 리스트의 나머지 3개사에 눈길이 간다. 하지만 이들 3개사는 문 닫을 곳이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우리저축은행은 고비를 넘겼다. 새누리저축은행은 대주주인 한화그룹이 실탄을 쌓아줬다. 230억원의 현금이 예치됐고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된다. 예쓰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버티고 있다. 결국 문 닫을 곳만 닫은 셈이 됐다.
당초 도민저축은행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지난 주말 4개사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 이후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재무 상태도 좋지 않았다. 오는 24일 제출키로 한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도민저축은행 스스로 황당한 일을 저지르면서 자연스럽게 칼질을 하는 계기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책임 문제를 떠나 저축은행 업계의 수준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의 과정을 두고 부실하지 않은 94개 저축은행을 살리기 위한 '환부 도려내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악의 고비를 넘기기 위한 수술이 끝났다는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업정지를 최소화시키면서 가는 게 최선이지만 큰 무리 없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 정도는 된다는 얘기다.
이제 관심은 이후 과정으로 쏠린다. 영업정지로 끝이 아닌 만큼 어떻게 정상화할지, 정상화가 실패하면 어떻게 매각할지 등 복잡한 퍼즐을 풀어야 한다.
대주주 책임 문제도 거론돼야 한다. 일단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든 만큼 금융당국이 다음 수순을 밟게 되면 업계에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란 예상이다. 김 위원장이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하고 있다"며 "사실 정부는 관리기관으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부실 저축은행을 처리하면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비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우량으로 분류된 94개 저축은행도 관심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상반기중 추가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어느새 정책 성패를 판가름할 잣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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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과도한 예금인출이 없는 한 94개 금융회사가 부실로 상반기중 영업정지는 없다는 게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금융당국은 94개 저축은행중 한 곳도 흔들리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동성 지원 등 쓸 수 있는 카드가 총동원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주말 대책으로만 13조원 수준의 실탄을 마련했다. 전체 저축은행 유동성 7조원에다 저축은행중앙회 보유자금 3조원, 은행권 신용공여한도(크레딧라인) 2조원, 한국증권금융 지원금 1조원 등이다.
여기에 부산, 목포 등 지역 관련 대책까지 추가로 됐다. 돈만 빠져 나가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가운데 구조조정도 진행돼야 한다. 이번 정리 작업을 기점으로 저축은행의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과도 맞물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에서 이미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대형 저축은행엔 수신이 몰리고 있다. 다만 업계 상황을 보면 반길 일도 아니다. 부실 털기가 쉽지 않다. 대형저축은행 대표는 "이제 진짜 구조조정이 시작될 때"라며 "노력 여하에 따라 2~3년 뒤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