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는 '뉴 노멀'.. 중동 사태 해결돼도 높은 유가 지속

고유가는 '뉴 노멀'.. 중동 사태 해결돼도 높은 유가 지속

권성희 기자
2011.03.08 15:51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선 가운데 리비아를 비롯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치적 불안이 해소된다 해도 고유가 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5~11일자)에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석유 생산시설이 전혀 손상을 입지 않고 유지된다 해도 유가가 더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석유 공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계 석유 수요는 이미 지난해에 2008년 고점을 넘어섰고 현재도 계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145달러까지 치솟았던 2008년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교전이 이어지면서 리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우디 아라비아는 리비아 사태로 줄어둔 석유 공급을 보충할만한 충분한 여유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WTI는 105달러, 브렌트유는 115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석유 생산지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석유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이전부터 석유의 장기적인 수급 추이는 호의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돼왔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이 결과 지난 1월말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석유 수요는 270만배럴이 늘었다. 석유 수요는 올해도 150만배럴 더 늘어나고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로 증가세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는데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년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이외 지역의 석유 공급은 증가한다 해도 규모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의 석유 재고량이 50일분으로 충분하긴 하지만 미국의 전략 비축유는 방출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게다가 사우디가 지난 2008년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해낼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컨실팅회사인 래피단 그룹의 로버트 맥널리는 "지난 2008년은 걸프만에서 전쟁이나 혁명이 없었는데도 석유의 여유 생산능력이 빠르게 소진되며 OPEC가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데 실패했던 시기"라며 "지금도 2008년과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OPEC가 석유시장을 조절하는데 실패한다면 유가는 지금보다 더 높이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유가는 급격하게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공급 측면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리비아다. 물론 사우디가 리비아에서 줄어든 석유 생산량을 보충하고는 있지만 사우디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리비아만큼 품질이 좋지 않다.

사우디 석유는 밀도가 높고 유황이 많아 유럽의 오래된 정유시설에서는 유럽 기준에 맞는 수준으로 정제하기가 어렵다. 최근 브렌트유가 미국 WTI보다 배럴당 15달러 더 높은 이유 중 하나도 리비아의 석유 공급 축소가 상대적으로 유럽에 더 큰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수요가 증가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 공급에 조금이라도 추가적인 차질이 생긴다면 1978~1979년 제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불가항력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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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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