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들을 차례로 추진하면서 위안화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 통화체제 수립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0일 중국 인민은행이 홍콩 등에서 조달한 위안화를 중국 본토로 쉽게 가져올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터 팡 홍콩 금융관리국 부총재는 WSJ와 인터뷰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본토에 위안화를 직접 가져와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홍콩과 중국의 금융 당국자들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위안화를 중국 본토로 좀더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위안화를 중국 본토 사업에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중국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위안화 가치도 시장 수급의 영향을 좀더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외화든 위안화든 자금을 중국 본토로 들여오려면 중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는 위안화 환율을 면밀히 관리하고 위안화에 대한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중국 본토 밖에서 조달한 위안화를 중국 본토에 투자할 때 적용할만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금융당국은 각 사례별로 그 때 그 때 사정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투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
◆홍콩 저금리 위안화 자금, 中 투자길 열린다
도이치뱅크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준 마는 "(위안화의 중국 투자를 허용하는) 새로운 규정이 수개월 안에 마련될 것"이라며 "이같은 정책 변화가 실제 이뤄진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는 지난해 중국의 외국인 투자는 100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극히 일부만 위안화로 이뤄진다 해도 엄청난 규모라고 지적했다.
마가 44개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는 중국의 규정만 허락한다면 중국에 위안화로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위안화를 조달해 중국 본토에 투자하면 기업으로선 환율 리스크가 줄게 되고 중국 본토에서 고금리 자금을 빌리지 않아도 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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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 금리는 6%가 넘는 반면 홍콩은 금리가 2.6%에 불과해 다국적기업으로선 홍콩에서 위안화로 자금을 빌려 중국 본토에 투자하면 조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일부 중국 정책 당국자들은 중국 밖에서 위안화 거래가 과도하게 이뤄져 위안화가 본토로 유입될 경우 투기꾼들이 중국 통화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의 대다수 금융 당국자들은 위안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좀 더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치들을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들도 위안화 자금 조달 확대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위안화 자금 조달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맥도날드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홍콩에서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 이른바 '딤섬본드' 규모는 360억위안으로 전년(2009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또 홍콩의 억만장자 리카싱이 이끄는 부동산 투지신탁펀드(리츠) 후이셴은 최근 중국 본토 밖에서는 처음으로 위안화로 기업공개(IPO)를 시도했다. 후이센은 이번 IPO에서 당초 목표했던 자금의 1.3배에 달하는 104억8000만위안(16억달러)을 모집하며 청약을 완료했다.
굉장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목표했던 것보다 많은 자금이 청약한 만큼 중국 이외 지역에서 위안화 표시 주식 발행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홍콩 증권거래소측은 올해 안에 위안화로 주식이 발행되는 사례가 몇 건 더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도 위안화 가치 절상을 기대하며 위안화 표시 자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딤섬펀드는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몰려 수익률이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중국이 홍콩에서 위안화 거래와 위안화 무역 결제를 허용한 뒤 홍콩 내 위안화 예금은 4070억달러로 급증했다. 위안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간 유지됐던 고정 환율제에서 지난해 여름 관리 변동환율제로 바뀐 이후 달러 대비 4% 절상됐다.
◆싱가포르, 자국내 위안화 결제 추진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중국 은행의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통해 싱가포르 내에서 이뤄지는 위안화 거래를 직접 결제하는 방안을 중국 금융당국과 논의하고 있다.
중국 통화당국이 싱가포르의 위안화 결제를 담당할 중국 은행을 지정하게 되면 싱가포르 은행들은 홍콩이나 중국 본토 은행들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위안화 거래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위안화 결제를 담당할 은행으로는 공상은행이나 중국은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위안화 사용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전체 중국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분기 0.5%에서 올 1분기에는 7%로 크게 확대됐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WSJ는 세계 각국이 중국과 거래할 때 미국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외환시장과 경제 전체적으로 힘의 균형이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안화 수요가 늘수록 달러 수요는 줄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역설적인 현실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프로젝트에 가장 큰 장애물이 불투명한 달러의 미래라는 점이다. 중국은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대부분을 달러 자산으로 갖고 있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을 때 정작 뉴욕 증시보다 중국 증시가 더 많이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홍 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미국이 투자자들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책임 있는 정책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