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중소기업' 인식의 틀을 바꾸자

[광화문] '대·중소기업' 인식의 틀을 바꾸자

정희경 부국장 겸 산업부장
2011.04.27 07:01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의 공식 파트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다. 양측 기업들은 협력관계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大)와 '중소'(中小)로 양분되다보니 거리가 더 멀어져 보인다.

한쪽은 우선 지원을 해줘야 하는 입장에 서고, 다른 한쪽은 일단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되는 탓이다. 평소 긴밀히 협력해온 곳들도 '대·중소기업'의 틀을 들이대면 일방적이거나 수직적인 관계로 비쳐진다.

문제는 기업 경쟁의 무대가 국경을 넘어 글로벌로 확대되고, 거래관계도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이 틀에 담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국내에서 상당한 협력회사를 둔삼성전자(186,200원 ▲7,800 +4.37%)가 애플에는 제품을 공급하는 소위 '을'의 입장이 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시가총액 6위로 도약한LG화학(304,500원 ▲2,500 +0.83%)현대자동차(471,000원 ▲5,500 +1.18%)의 협력회사다.

글로벌 기업도 납품업체가 되는 경우 등을 감안해 '상생'(윈윈)의 파트너나 관계를 기업규모별 구분에서가 아니라 협력의 흐름에서 찾는다면 동반성장을 위한 당국의 접근도 한결 유연할 수 있다고 본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조만간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인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선정제도'는 여전히 '대·중소기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상으로 보인다. 동반성장을 위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표가 앞서는 것같다.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닮은 이 구상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현 상태가 존속될 것이란 우려를 적잖이 사고 있다. 앞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해당 업종을 발전시켰다는 분석은 찾기 어려웠다. 정부가 적용업종 수를 줄여나가다 아예 없앤 것도 이런 측면에서였다.

동반성장위원회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적합업종·품목을 선정하려 하자 '대·중소기업'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보호를 의식한 듯 적합업종이나 품목의 범위를 넓히려 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는 적합업종 대상 품목이 출하량 기준으로 1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제시된 것과 관련해 상한선을 5조원까지 높여줄 것을 동반성장위원회에 곧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중소기업 품목 중에서 시장규모가 4조~5조원대인 경우가 있고, 시장규모도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기업은 이 제도가 시장경제질서를 왜곡할 것이라면서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도입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유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거론되는 분야에 이미 진출한 대기업이 있어 혼선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국내 대기업의 신규 참여를 제한하는 경우 거꾸로 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줄 수 있어서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에 이어 자유무역협정(FTA) 대상국이 늘어나는 추세상 해외 기업들이 크고 작은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일본이 이런 제도 없이도 중소기업 강국이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물론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이 집중된 시장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어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만으론 해소하기 어렵다.

당국이 더 고심할 대목은 중소기업 보호를 뛰어넘어 우리 기업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본다. 국내 1위 업체가 되더라도 글로벌 시장은 고작 1, 2% 확보하는 데 그친 곳이 허다하다. 무한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기업 규모를 떠나 '강한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 출발점을 '보호'에 익숙한 중소기업 호칭 변경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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