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자 두고 고민...임기 도중 비금감원 출신으로 교체도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가 부산저축은행의 거대 부정을 '짬짜미' 식으로 눈감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감원의 낙하산 감사 관행에 급제동이 걸린 가운데 주총을 앞둔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뭇매를 맞고 있는 금감원이 감사추천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기존 금감원 출신 감사는 연임 불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3월 결산법인으로 5~6월 주주총회에서 신임 감사를 선임하거나 기존 감사를 연임시키려 했던 증권사들은 곤혹스러워하며 추이를 민감하게 살피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금감원 출신의 현 감사의 임기가 남았음에도 새 감사 공모에 나서는 등 증권사 감사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가올 주총에서 금감원 출신 감사가 임기가 만료돼 임기를 연장하거나 새로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현대증권, 동부증권, NH투자증권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금감원 출신 현직 감사에 대한 연임을 확정했지만 금감원의 '연임 불가' 원칙이 알려지면서 난감해하고 있다. 김석진 한국투자증권 감사위원은 금감원 증권감독국 경영지도팀장 출신으로 2008년부터 감사를 맡고 있다. 김 감사위원은 팀장급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 뉴욕사무소 파견근무 당시 김남구 한투금융지주 부회장이 파격적으로 직접 스카우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연임을 확정하고 오는 27일 주총에서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예기치 않게 흘러가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금감원 출신 현직 감사 자리에 다시 금감원 출신인 윤석남씨(금감원 회계감리 2국장)를 내정하고 공시까지 했지만 주총에서 원안을 통과시킬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상태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아직 주총까지 3주가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은 있다"면서도 "금감원 출신을 배제할 경우 딱히 감사를 찾을 만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감원 신용정보실장 출신인 윤진섭 감사가 연임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상황이 바뀌어서 내부적으로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출신 현직 감사의 임기가 이달로 마무리되는 현대증권과 동부증권도 난감해하고 있다. 현대증권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그렇게 방향을 정했으면 따라야겠지만 주총이 코앞인데 갑자기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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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C투자증권은 금감원 감사팀장 출신인 유태식 감사의 임기가 1년이 남아 있지만 새로 구성할 감사위원회 위원 선정 과정에서 이번 금감원의 취업제한 지침 떄문에 비 금감원 인사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금감원 출신 감사의 임기가 남았음에도 3~6일 새로 공모를 실시했다. 이날 마감한 공모에는 금감원 출신이 한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 현직 감사의 임기가 넉넉히 남아 있거나 애초부터 금감원 출신 감사가 없는 곳은 "소나기는 피했다"는 심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우증권은 금감원 기획조정국장 출신인 윤승한 감사의 임기가 2013년11월까지고 ,우리투자증권은 기존 감사위원 전원이 비 감독원 출신이다. KB투자증권은 지난 3월 주총에서 한국은행 출신을 신임감사로 선임했다.
금감원 출신 감사에 대한 '일괄 배제' 분위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금감원 출신이라고 해서 도매금으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모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특정집단을 지목해서 이 집단은 감사로 임명하면 안되고 저 집단은 된다는 식의 사고는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감사로 임명돼 금융에 혼란이 오거나 심할 경우 후퇴하는 현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임원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데도 획일된 규정에 맞춰 안된다고 낙인 찍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