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상품 가격 추이를 가늠하려면 무엇보다도 달러 인덱스 동향을 살펴봐야 한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화와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경제 전문가들은 상품 가격과 달러 가치가 거의 완벽하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상품 가격이 갑작스러운 급락세로 돌변한 지난주 달러 인덱스 역시 4월말까지 이어오던 하락세를 접고 돌연 상승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29일 34개월래 최저치인 72.933에서 지난 5월6일에는 74.841로 2.6% 상승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상황이 갑작스럽게 달러에 호의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달러 가치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며 상승세를 보이다 글로벌 경제와 증시가 바닥을 치는 동시에 하락세로 돌아서 줄곧 약세 기조를 이어왔다.
이 같은 달러 약세의 가장 큰 동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정책이었다. 특히 FRB가 지난해 중순 제2차 양적완화 계획을 공개한 이후 달러 하락세에 속도가 붙으며 상품 가격은 반대로 급등세를 탔다.
WSJ는 지난주 달러가 갑작스럽게 강세 전환한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첫째, 유럽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 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론 다음달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유로화가 급락했다.
이어 지난주말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 연합)에서 탈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루머가 돌면서 유로화는 추가 하락했다. 그리스는 이미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올해와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채무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WSJ는 “외환 트레이더들의 표현을 빌자면 주요 3개 통화인 달러, 유로, 엔이 마치 못난이 경연대회를 벌이는 듯한 상황에서 그나마 달러가 낫다는 인식이 나타나며 달러 가치가 반등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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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최근들어 미국의 경제지표가 계속 부진했다는 점이다. 역설적이지만 미국의 통화인 달러는 안전자산이라는 이유로 미국 경제가 불안하거나 세계에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 가치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제프 영 외환 분석 대표는 지난주 달러 반등은 “회복이 끝났다는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더글러스 홀릭 외환 기관 세일즈 대표는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안이 합의되지 않는 최악의 사태가 도래할 때 달러는 오히려 급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오는 6월말로 FRB의 2차 양적완화가 끝난다는 점이 달러에 점진적인 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CRT캐피탈의 데이비드 에이더 국채 전략 대표는 “2차 양적완화가 주식과 상품 등 위험자산의 랠리에 기여했다면 2차 양적완화가 끝나면 자산시장에서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약세를 보였던 국채와 달러 가치는 오르고 주가와 상품 가격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주 상품 가격 하락-달러 가치 반등과 더불어 미국 국채 가격도 오르면서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58%에서 3.16%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EU 내에서 그리스를 추가 지원하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유로화 추가 하락의 재료가 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ECB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도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환율을 움직이는 추가 재료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지난 6일 미국의 4월 고용동향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해선 이번주 발표되는 미국의 4월 소매판매와 로이터/미시건대 5월 소비자신뢰지수 등 경제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차 양적완화가 끝나면서 달러 약세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상품 가격의 상승 탄력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은 있다. 결국 2차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달러 강세 요인을 미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해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높임으로써 상쇄해나가느냐가 향후 달러와 상품 가격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