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뜸만 들이다 미뤄왔던 우리금융 매각작업을 재추진하면서 금융계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5월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우리금융지분(56.97%)을 매각하는 방안을 결정한다.
정부가 이번에 매각 재추진 해법으로 꺼내든 것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공적자금위원회는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하려면 지분을 95% 이상 소유해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50% 이상(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지주 매각 시)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입찰 참여 장벽을 낮춰 경쟁 무대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을 산은지주에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들러리'만 서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무성한 가운데, 산은지주의 인수설과 관련 '國營 금융지주' 논란도 뜨겁다.

◆우리금융 인수, 산은이 최후의 승자?
정부가 금융지주 소유 및 지배구조 규제를 풀면 산은지주 등의 다른 지주회사들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에서 현재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곳은 산은지주와 KB지주, 신한지주 등이다.
가장 유력한 곳은 현 정부 실세인 강만수 회장이 이끄는 산은지주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인 강만수 회장은 대표적인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주창자다. 지난 3월 강 회장이 산은지주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메가뱅크 시나리오가 솔솔 흘러나왔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금융위원회가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합병에 염두에 두고 강 회장을 영입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정부와 강 회장 사이에 우리금융과 관련된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손을 잡을 경우 기업금융에 강하고 정부에 손발이 될 수 있는 초대형 국책은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대형 IB(투자은행)가 탄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결합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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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는 우리금융 매각작업의 '흥행'을 위해 복수 금융지주사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지만, 강 회장이 직접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산은지주 외에는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다.
KB금융(146,500원 ▼1,800 -1.21%)관계자는 "어윤대 회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2년간 은행 등 대형사의 인수합병은 없다고 선언한 후 바뀐 게 없다"며 "지난 3년 동안 망가졌던 KB금융의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KB금융의 경우 최근 실적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고 내부 유보금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실탄' 마련이 가능한 상황이라 실제 '장'이 열리면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지주(91,700원 ▼1,600 -1.71%)의 참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신한지주는 이미 조흥은행과 LG카드 등 대형 기업을 인수하면서 약 4조원을 차입한 바 있다. 때문에 인수자금에 여유가 없고 신한사태 이후 내실 다지기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른 금융지주가 입찰에 뛰어들면 생존경쟁 차원에서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나금융지주(110,400원 ▼2,400 -2.13%)는 현재 외환은행 인수 난항으로 사실상 우리금융 인수전 후보군에서는 다소 뒤로 물러나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가 어려워진 만큼 하나지주가 방향을 선회해 예상외의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은 남아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하나금융은 1조3000여억원의 유상증자와 1조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탄환은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외환은행 인수가 물건너 간다면 우리금융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가뱅크냐, 계륵은행이냐
"민영화가 아니라 실질적 국유화다."
금융계는 이와 같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분위가 무르익자 '관치금융 확대'라고 반발하고 있다.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을 합치면 정부 지분이 80% 이상 되는 대형 국책은행이 나오게 되는 것. 금융권 관계자들은 "민영화 한다더니 초대형 '국영 금융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이냐"고 불만을 제기한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 공약인 산은 민영화는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지주가 대형화 이후 상장을 통해 지분 매각에 나선다는 것. 그러나 시장에선 자본금 30조원 규모의 초대형 회사매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과 산은지주 합병은 곧 민영화 무산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메가뱅크'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당국의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금융권 삼성전자'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대형화 자체가 목표이면 곤란하다는 것. 아직 경쟁력 강화 전략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은행 대형화를 추진하면 오히려 독과점으로 인한 폐단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우려다.
◆우리금융 속앓이 "인수대안 있는데…"
그간 자체적으로 민영화를 준비해오던 우리금융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투자자를 모집해 지분을 공동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오던 우리금융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입찰 참여가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대주주인 관계로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지는 못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사주 매입 등을 통해 독자적으로도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법까지 고쳐 다른 금융지주에 넘기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우리금융 노조는 금융노조 차원에서 산은지주의 인수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대마불사(大馬不死)식의 금융지주 합병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며 "금융감독의 관리 시스템은 허술하고 외부 충격에는 취약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실상 거대금융이 위기에 직면할 경우 국가경제를 휘청이게 하는 엄청난 화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산은지주 등을 중심으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메가뱅크' 강박증에 기인한 이번 우리금융 인수 추진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